STX그룹이 이라크에서 30억달러 규모의 일관제철소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지난해 말 아프리카 가나에 주택 20만호를 건설하는 100억달러의 공사를 따낸 지 두 달여 만에 또 한번의 대형 계약을 이끌어냈다.

STX중공업은 최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강덕수 회장과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라크 남부 바스라(Basra)주에 총 300만t 규모의 일관제철단지와 500㎽급 가스복합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4일 발표했다. 제철단지는 연산 철근 120만t,형강 60만t,열연판재 120만t을 생산할 수 있는 일관제철소다. 가스복합화력발전소는 연간 500㎽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테러를 뚫고 협상에 나서다

지난달 26일,STX그룹에 비상이 걸렸다. 강 회장이 이라크의 일관제철소 수주 건을 현지에서 담판 짓기 위해 출장길에 오르는 날 이라크의 호텔 3곳에서 연쇄 폭탄 테러가 일어난 것.40여명이 사망한 대형 사고였다. 그룹 임원들은 안전상 문제를 들어 출장을 연기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하지만 강 회장은 출장을 강행했다. 사업가는 어떤 상황에서도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신념에서였다. 테러를 뚫고 이라크 현지로 날아간 강 회장의 뚝심은 이라크 정부 관계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회사 관계자는 "테러에도 불구하고 출장을 강행한 데 대해 이라크 정부 관계자들이 감동해 일사천리로 계약이 진행됐다"며 "의사 결정권자인 회장이 직접 현지에 가서 계약을 마무리짓는 강 회장 식 '수주 마법'이 이번에도 통했다"고 말했다.

◆1000억달러 시장을 잡아라

이번 MOU 체결에 따라 STX중공업은 조만간 본계약을 체결한 뒤 연내 착공에 들어갈 방침이다. 설계 · 조달 · 공사 · 시운전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담당하는 '턴키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2015년께 완공할 예정이다. 이후에는 이라크 산업광물부 산하의 국영 철강회사인 SCIS가 운영을 맡는다.

STX는 이번 프로젝트 수주를 계기로 이라크 재건사업에 본격 진출하기로 했다. 한국 기업들이 바스라 지역 유전 개발 사업에 진출해 있는 만큼 향후 화공플랜트 및 정유플랜트 건설 수요가 이어질 것이란 판단에서다. 도로,주택 등 도시 인프라 구축 사업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이라크 재건사업의 규모가 총 1000억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앞으로 쏟아져 나올 발전,화공,정유,인프라 건설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