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만 갖고는 조직에서 절대 성공할 수 없다. 한 가지 더 필요한 게 인간력이다. 일에 대한 태도,열정,조정력 등이 인간력이다. 이 두 가지가 겸비돼야 조직에서 리더가 될 수 있다. "

최근 번역된 《사장의 노트》의 저자 하세가와 가즈히로 회사력연구소 대표(70 · 사진).그는 비즈니스맨의 성공조건으로 능력과 인간력을 들었다. 《사장의 노트》는 지난해 7월 일본에서 출간된 경제경영 부문 베스트셀러.도쿄역 앞 야에스북센터에선 2009년 비즈니스서적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 책은 하세가와 대표가 27세 때부터 세계 유수의 다국적 기업 등 비즈니스 현장에서 체험한 노하우와 아이디어를 메모한 200여권의 노트를 토대로 했다. 그 중 142개 키워드를 뽑아 정리한 것.도쿄 시내 아카사카에 있는 회사력연구소에서 그를 만났다.

▼《사장의 노트》는 40여년간 기록한 노트를 바탕으로 했는데,노트를 만든 계기는.

"대학 시절부터 국제 무대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에 영어 공부를 열심히 했다. 27세 때 크리넥스 티슈를 만드는 다국적 회사 킴벌리클라크에 입사해 마케팅 현장에서 습득한 비즈니스 영어를 대학노트에 정리하기 시작했다. 점차 영어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느낀 일 처리 비결이나 조직관리 리더십 등도 적었다. 이후 식품회사인 제너럴푸드,제약사인 바이엘 노바르티스 등 여러 다국적 기업에서 일하면서 그들의 경영 노하우를 차곡차곡 정리했다. "

▼기업구조조정 전문가로도 활약한 것으로 아는데.

"1993년 회사력연구소를 열어 부실기업에 경영 컨설팅을 해주는 일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2000여개 회사의 기업회생을 도왔다. 2000년 니콘과 프랑스의 에시롤사가 합작 설립한 니콘에시롤의 대표이사를 맡아 500억엔의 적자 상태를 1년 만에 흑자로 전환시킨 적도 있다. 부실 기업을 살리면서도 많은 노트를 정리했다. "

▼노트에 기록한 것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1980년대 나카소네 내각 시절 '국력 연구'가 화두가 된 적이 있다. 나라의 힘은 어디서 나오느냐를 연구하는 것이었다. 당시 나는 1년간 모든 일을 제쳐 놓고 '회사력'을 연구했다. 어떤 환경에서라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방법에 몰두했다. 그 결과를 정리해 《초(超) 회사력》이란 책을 냈다. 초 회사력의 핵심은 자기 회사의 문제점과 가능성,강점과 약점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그 다음에야 목표와 전략,실행계획을 제대로 세울 수 있다. "

▼회사를 경영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보나.

"크건 작건 나아갈 목표를 설정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걸 제대로 설정할 수 있는 사람이 리더가 돼야 한다. 목표를 만들기 위해선 정보수집 · 분석력,과제를 찾아내는 힘,그걸 목표로 전환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것이 프로의 기술이다. "

▼어느 회사나 목표는 세우지 않나.

"목표를 아무렇게나 세워선 안 된다. 부실한 회사의 공통점은 목표를 능력 이상으로 잡는다는 것이다. 달성하기 힘든 목표를 그럴듯하게 세우고,그걸 달성하겠다며 과도한 비용 계획을 잡는다. 이런 회사는 경비도 제대로 관리 못한다. 결과적으로 연말에 목표는 달성하지도 못하고,비용만 모두 써버리게 된다. 목표는 달성 가능한 수준에서 잘 세워야 한다. "

▼일본항공(JAL)이 법정관리를 받고,도요타자동차가 대규모 리콜(회수 후 무상수리) 사태에 휘말리는 등 최근 일본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뭐가 문제인가.

"기업들도 '자기 그릇'이 있는 법이다. 그 실력 이상으로 욕심을 내면 문제가 생긴다. 도요타의 경우 해외 생산공장 확대를 너무 서두르면서 특유의 '장인 정신'을 상실했다. 4~5년 전부터 적지 않은 기술자들이 세계 전략이란 이름 아래 밀려났다. 그 결과가 지금의 리콜 사태를 부른 원인 중 하나다. "

▼조직에서 성공하는 사람의 특징은.

"일에 대한 자세가 다르다. 일에 대한 전문 지식은 완벽하지만 실패하는 사람도 많다. 일에 열정을 갖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력이 있어도 어려운 일에서 도망치면 성공할 수 없다. 그런 사람은 조직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스스로 생각하면서 일을 즐기고,노력하는 사람이 성공할 수 있다. "

▼비즈니스맨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는.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는 지구 규모의 경제위기를 초래했다. 글로벌 경제 ·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세계 비즈니스맨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그 고민을 해결할 방법은 역시 근본적인 원리와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세계 어디에서나 통용될 수 있는 기본이 중요하다. 이번 책에도 어떤 나라,어떤 기업에서도 통할 수 있는 비즈니스 원리를 담으려고 노력했다. "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