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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창근 칼럼] 우리 기업은 위기의 몇단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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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요타사태 위험신호 무시한 결과
    쇠퇴징후 빨리 감지해야 추락막아
    미국 GM의 77년 아성을 무너뜨리고 2008년 세계 최대 자동차회사로 올라선 도요타가 지금 비틀거리는 상황은 분명 예사롭지 않다. 미국에서 시작된 리콜은 유럽 중국 등 세계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고,규모 또한 기록적이다. 이미 지난해 도요타의 글로벌 판매량(781만대)을 훨씬 웃도는 1000만여대가 리콜 대상이다. 가속페달 결함이 있는 주력 8개 모델의 미국 내 생산과 판매도 중단됐다.

    도요타 창업주의 4세 도요타 아키오 사장은 지난해 10월 일본기자클럽 강연에서 "도요타는 대기업이 패망에 이르는 5단계 중 이미 4단계에 와 있다"며 절박하고 심각한 위기를 실토했었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이런 최악의 지경에까지 몰릴 것이라고는 스스로 짐작하지 못했을 것이다.

    기업 패망의 5단계론은 현대경영학의 대가 짐 콜린스가 지난해 펴낸 《위대한 기업 어떻게 망하는가(How The Mighty Fall)》에서 정리한 기업 쇠퇴과정이다. 그 1단계는 '오만'이다. 성공에 도취된 나머지 그 성공을 안겨준 요소들이 무엇인지 망각하면서 고객과의 교감을 상실하기 시작한다. 두 번째 단계는 '원칙없는 확장'이다. 성공에 대한 확신이 지나쳐 규모를 더 키우고 더 많은 수익을 추구한다. 과도하고 무절제한 욕심은 경쟁우위가 없는 분야로까지 뻗쳐진다. 세 번째는 '리스크 부정(否定)'의 가장 심각한 단계다. 강력한 경쟁자가 출현해도 애써 무시하고,성장이 주춤하면서 형편없는 실적을 내지만 일시적 현상,우연의 탓으로 치부한다.

    4단계가 '지푸라기 잡기'인 것이다. 모험을 무릅쓰면서 회생을 위해 온갖 수단을 강구하고 처음의 성공원칙을 되살리려 한다. 하지만 대개는 실패하면서 되돌리기 어려운 상태로 빠져든다. 마지막은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추락단계다. 겨우 살아 남아도 시장에서 하찮은 존재가 된다.

    도요타의 후회 또한 마찬가지다. 그동안 많은 위기의 시그널이 있었다. 글로벌 생산능력을 1000만대까지 늘렸는데 지난해 판매량은 전년보다 13% 줄어든 781만대에 그쳤다. 대부분 차종의 무이자 할부판매라는 무리수까지 동원했지만 북미시장 판매감소를 막지 못했다. 2002년 진출했던 최고의 자동차경주대회 F1에서는 8년간 139경기에 출전해 한 차례도 정상에 오르지 못한 채 철수했다.

    미국고속도로안전보험연구소가 전 세계 2010년식 차종을 대상으로 선정한 '가장 안전한 차'에 도요타 모델은 하나도 없었다. 속으로 곪고 있는데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는 증거가 지금의 사태다.

    물론 도요타가 망하는 일은 생각하기 어렵다. 도요타의 품질관리 능력과 생산성은 여전히 세계 최고다. 위기를 극복하고 더 강한 회사로 바뀔 잠재력은 충분하다. 그렇더라도 1등의 명성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래서 우리 기업들에 묻지 않을 수 없다. 도요타가 패망의 4단계에 왔다면 우리의 1등 기업들은 지금 어디에 서 있나. 현대 · 기아차가 도요타 사태의 반사이익을 기대하면서 내심 즐거워 할 만큼 경쟁력이 뛰어날까. 삼성전자가 지멘스와 HP를 누르고 세계 최대 IT기업으로 올라섰지만 앞으로도 최고의 자리를 지켜나갈 수 있을까.

    아니다. 도요타에 밀린 GM은 말할 것도 없고,과거 휴대폰의 지존 모토로라는 노키아에 패퇴했다. 가전왕국 소니는 비교당하는 것조차 거부했던 삼성에 최고의 자리를 넘긴 지 오래다. 영원히 위대한 기업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잘 나가는 우리 기업들이 바짝 긴장해 스스로 문제를 찾고,반성하고,답을 구해야 할 때다. 쇠락의 징후와 위기의 단계를 미리 감지한다면 조기에 제동을 걸고 상황을 반전시킬 새로운 계기를 그만큼 빨리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쇠퇴의 초기 단계에 들어섰다고 모두 패망의 과정을 밟는 것은 아니지만,위기 신호에 둔감한 채 때를 놓치면 추락은 순식간에 다가온다.

    추창근 논설실장 kunn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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