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시즌 미국PGA투어가 개막한 지 한 달이 됐지만,대회 챔피언이나 타이거 우즈보다 더 뜨거운 관심거리가 있다.

'그루브'(groove,클럽페이스에 새겨진 홈) 논쟁이다.

올해부터 공식대회에서 스퀘어(단면이 직각인 것) 및 일부 U형 그루브로 된 클럽(로프트 25도 이상) 사용이 금지됐지만,몇몇 선수가 변형된 그루브의 클럽으로 플레이하면서 '적법' 여부에 대한 논쟁에 불을 댕긴 것.

외신들은 그루브 논란을 '그루브게이트'라고 일컬으며 하루도 빼놓지 않고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논란의 핵은 '핑 아이2'

클럽메이커 핑은 1984년 신모델 '핑 아이2'를 선보였다.

그루브 단면을 전통적인 V자형 대신 더 강한 스핀을 낼 수 있는 U자형으로 한 것이 특징이었다.

미국골프협회(USGA)는 획기적 성능의 이 제품에 대해 '부적격' 판정을 내렸지만,핑은 USGA와 USPGA를 상대로 잇따라 소송을 내 승소했고,이 제품은 1990년부터 '적격품'이 됐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 제품을 사용하는 선수들은 줄어들었는데,올해 새 그루브 룰이 채택되면서 핑 아이2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졌다.

20년 전 USGA와 USPGA의 승인을 받은 제품이므로 '판결은 규칙 개정에 우선한다'는 논리에 따라 새 룰을 어긴 것은 아니기 때문.

그래서 필 미켈슨,존 데일리,딘 윌슨,헌터 메이한 등은 연초 대회에 이 제품을 들고 나갔고 파드리그 해링턴은 이번 주 노던트러스트오픈에서 사용할 계획이다.

세계 랭킹 2위이자 '쇼트게임의 고수' 미켈슨이 그러자 일부 선수들은 '불공정하다'고 비난했고 이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

◆美PGA투어 "부적격이나 불법 아니다"

미PGA투어 측은 시즌 초 선수들의 문의에 대해 "핑 아이2를 사용해도 좋다"고 했다.

그러나 논란이 그치기는커녕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마침내 팀 핀첨 커미셔너까지 나섰다.

핀첨은 3일(한국시간)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었으나 더 좋은 해결책을 찾는다는 명분으로 이를 하루 연기했다.

외신들은 핀첨이 로컬룰을 통해 핑 아이2 제품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존 솔하임 핑 CEO도 "우리는 2년 전에 이런 문제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며 "우리 제품 때문에 논란이 되고 있는 만큼 해결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부적격이나 불법은 아니다'는 투어 측의 모호한 스탠스로 인해 논쟁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선수들도 우왕좌왕

핑 아이2제품을 사용한 4명과 달리 스콧 매카런,로버트 앨런비 등은 새 규정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매카런은 미켈슨에 대해 '사기'(cheating)라는 단어를 써 가며 비난했다.

앨런비는 소니오픈과 파머스오픈에서 새 룰에 따른 클럽을 사용했다가 우승을 놓친 케이스.

로리 매킬로이나 스티브 스트리커는 USGA가 새 룰을 도입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지적한다.

매킬로이는 "러프를 기르거나 그린을 단단히 하면 얼마든지 변별력을 높일 수 있는데도 굳이 그루브를 규제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해링턴을 비롯한 상당수 선수들은 핑 웨지를 찾고 있지만 오래된 제품이어서 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서 일부는 이베이나 차고,중고 클럽 숍을 기웃거리며 구형 모델을 찾고 있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