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증권사 · 투신권 등의 매물에 밀려 두 달여 만에 결국 1600선 아래로 밀려났다.

특히 모건 스탠리 창구를 통해 2500억원이 넘는 매물이 쏟아지면서 가뜩이나 수급이 꼬인 증시를 압박했다. 이 중 상당부분은 차익거래와 연관된 상장지수펀드(ETF) 청산 매물로 추정되고 있다.

중국의 모기지 금리 추가 인상 소식 등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전문가들은 선물 저평가로 인해 현 · 선물 간 가격차를 이용한 차익거래 여건이 조성되고 있어 프로그램 매물 압박이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모건스탠리 2500억 매물에 증시 밀려
◆코스피 전강후약

2일 코스피지수는 뉴욕 증시가 오랜만에 큰 폭으로 반등했다는 소식에 오름세로 출발해 오전까지만 해도 순조로운 흐름을 이어갔다. 개인의 저가 매수가 이어지는 가운데 외국인도 사흘 만에 '사자' 우위로 돌아서 지수 상승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오후 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증권사와 투신권 등의 기관 매물이 늘어나면서 약세로 돌아선 코스피지수는 두 시간여 만에 20포인트 가까이 밀려나 결국 10.63포인트(0.66%) 하락한 1595.81로 마감했다. 코스피지수가 160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작년 12월2일(1591.63) 이후 두 달 만이다.

이날 기관은 2521억원 순매도를 나타냈다. 기관 중에선 증권사가 1635억원을 내다팔아 가장 큰 매도를 보였다. 증권사들은 최근 나흘간 4200억원 이상을 팔아치웠다. 투신도 이날 900억원 넘게 순매도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개장 직후 쏟아진 2600억원가량의 차익매도 중 1700억원 정도는 외국계인 모건스탠리의 ETF 청산 물량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 한국 법인이 주식을 처분하면서 증권사 매도를 늘렸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호주가 예상과 달리 금리를 동결하자 유럽발 신용위험에 대한 우려가 다시 부각됐고,중국 정부가 일부 은행들에 3차 모기지에 대한 금리를 인상토록 지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유동성 압박에 대한 시장의 불안을 고조시켰다는 분석이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중국의 모기지 인상은 이미 작년 12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사항으로 전해지고 있다"면서 "시장이 뉴스에 따라 흔들리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심리가 약하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악재에 대한 민감도가 커지면서 호주의 금리 동결을 유동성 공급의 연장선상으로 해석하는 대신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받아들였다는 설명이다.

이호성 크레디트스위스증권 상무는 "달러 가치가 글로벌 금리 움직임 등 매크로 변수에 따라 급변하고 있어 외국인들로선 강하게 매수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매물 압박 우려

프로그램 차익 순매도는 나흘째 이어지고 있다. 이날 최근 7거래일 중 가장 많은 4049억원이 출회된 것을 포함해 최근 나흘간 8500억원가량이 쏟아졌다.

이승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오전 중 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이 대규모 매도에 나서면서 선물가격이 급락하자 가격차를 이용해 단기 수익을 노린 투신 등의 스위칭 매물도 일부 가세하면서 프로그램 매도 규모가 커졌다"고 전했다. 선물이 현물에 비해 크게 저평가되면서 펀드 내 주식을 덜어내고 선물로 갈아탔다는 설명이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현재 현 · 선물 간 가격차에서는 거래세를 제하고도 짭짤한 수익을 낼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프로그램 매물이 추가로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전 연구위원은 "이날 이뤄진 차익거래 중 30% 정도는 외국인으로 파악된다"며 "외국인은 싼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선물 저평가 추세가 지속된다면 추가적인 매도차익 거래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비싼 주식을 파는 대신 선물을 들고 있다가 선물 저평가가 해소되면 거꾸로 정리해 차익을 내는 전략이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위원도 "향후 투신권의 매도차익 거래 가능 규모만 1조4000억~1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파악돼 프로그램 매물이 수급을 더욱 압박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정환/강지연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