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의 지난해 실적이 라이벌인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물론 자산 규모가 절반에도 못 미치는 외환은행에도 뒤졌다. 외환은행은 2일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8917억원으로 전년 대비 13.9%(1091억원)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국민은행의 작년 4분기 당기순이익은 700억~80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카드 부문에서 올린 순이익 1000억원 정도를 제외하면 순수 은행 영업에선 적자를 봤다. 이 기간에 우리은행은 국민은행의 3배인 2000억원,신한은행은 4배인 2850억원가량의 순이익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실적 쇼크' 수준이다.

국민은행의 지난해 연간 순이익은 6800억~6900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우리은행(9500억원)과 신한은행(8500억원)에 크게 뒤처졌다. 국민은행과 비교해 자산 규모가 38%에 불과한 외환은행(8917억원)보다 못한 수준이다.

국민은행의 성적표가 부진한 것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으로 인한 대손충당금 부담 때문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은 금호그룹 여신을 고정이하로 분류하고 49%의 충당금을 쌓았다. 이로 인해 4분기 금호 관련 대손충당금이 2500억원 안팎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손충당금은 은행 당기순이익에 직결되는 사안으로 충당금을 많이 쌓으면 이익이 줄어든다"며 "국민은행이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해 순이익이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금호그룹 여신이 국민은행의 3배를 넘는 우리은행의 경우 작년 4분기 대손충당금으로 3000억원가량을 쌓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은행은 금호 관련 여신이 적어 충당금이 수백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을 늘리는 일회성 요인이 적었던 탓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국민은행은 작년 2분기 현대건설과 KB생명의 지분 매각으로 1370억원 정도의 차익을 봤다. 이에 비해 우리은행과 외환은행은 일회성 수익으로 각각 3000억원, 4000억원 가량을 올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충당금과 일회성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국민은행의 실적은 부진한 게 사실"이라며 "카드부문이 분사된 데다 일회성 요인도 거의 없었던 신한은행과 비교하면 작년 실적은 신한은행의 절반 수준에 그친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외환은행은 일회적인 수익 증가와 영업이익 호조로 지난해 수익이 늘었다. 지난해 2분기 현대건설 주식 매각으로 1368억원,3분기 법인세 환급으로 2296억원 등 4000억원가량의 특별 이익을 냈다.

4분기 당기순이익은 3064억원으로 전분기의 4221억원보다 줄었다. NIM은 원화예수금의 금리 재조정 효과 반영으로 전분기(2.49%) 대비 0.23%포인트 오른 2.72%를 나타냈다. 외환은행은 자산감소와 순이자마진 위축 등 어려운 영업환경에서도 자산의 효율적 운용과 일회성 이익에 힘입어 이같은 성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외환은행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주당 510원씩 총 3289억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외환은행 지분 51.02%를 보유한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는 세전으로 1678억원을 배당받게 됐다.

강동균/김인식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