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는 불멸의 가치에 자신을 던졌고,그래서 그 가치와 더불어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 불멸의 사람이 되었습니다. "

다음 달 26일 중국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뤼순 감옥에서 순국한 안중근 의사(1879~1910) 100주기를 맞는다. 100주기를 앞두고 출간된 소설가 이문열씨(62)의 신작 장편소설 《불멸》(민음사)에는 30년 남짓 짧은 삶을 옹골차게 살다가 마지막에 불꽃처럼 산화한 안 의사의 삶이 담겨 있다.

이씨는 2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안 의사는 인생목표를 정한 다음 옆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가서 죽었다는 느낌이 들었다"면서 "고귀한 가치에 자기를 봉헌하는 긴 예배와 같은 삶"이라고 평가했다.

"안 의사의 삶은 세 가지 방향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자객이나 테러리스트라는 인상이 있고,또 장군과 같다고 여겨지기도 하지요. 행위의 장렬함을 보면 영웅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세 가지 접근 모두 조금 미흡한 구석이 있어서 '불멸'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찾게 되었습니다. "

그렇다면 안 의사가 죽음과 맞바꿔 추구했던 '고귀한 가치'는 무엇일까. 이씨는 "그에게 조국이란 하나의 지상(至上)이었고,조국과 겨레에 대한 사랑은 실존의 한 형태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설을 집필하면서 이씨가 부딪친 난제는 자료 부족과 오해였다. 아직도 안 의사의 유해가 어디에 묻혀있는지 밝혀지지 않았을 정도라고 한다. 이씨는 "우리 민족의 집단 기억 속에 입력된 안중근이라는 기록의 파일만큼 여러 종류의 봉인으로 심하게 왜곡되거나 축소 은폐된 예도 드물다"면서 "일본 제국주의,가톨릭 조선 교구,얼치기 공화주의자,독립운동노선,무장투쟁노선,애국계몽운동론 등이 저마다 자기들의 안중근을 내세우며 거기에 배치되는 기억들을 봉인해 버렸다"고 했다.

역사적 인물을 소재로 한 소설 대부분은 위인의 인간적 면모를 부각시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불멸》은 안 의사의 평전을 읽는 듯한 느낌이다. 소설에서 안 의사는 송곳 하나 쑤셔넣을 빈틈이 없을 만큼 철저하게 살아가는 인물이다. 기방에서 기생들에게도 "좋은 낭군 만나서 살지 않고 왜 웃음을 팔고 몸을 팔며 짐승같이 사느냐"고 나무라는 인간형이다. 첫날밤 신부에게는 "장부의 큰 삶이란 마땅히 죽을 곳을 찾는 데 있다 하였소"라고 비장하게 말하는 사람이다. 좀처럼 로맨스를 끼워넣을 새가 없었다는 게 이씨의 설명이다. 그는 "인간적이라는 말로 안 의사를 설명하기는 어렵다"면서 "경건함이라는 말로도 설명이 안될 만큼 안 의사의 삶에는 순직(純直)한 면모가 있다"고 했다.

"영웅의 인간적인 면모라면 로맨스 같은 사생활이겠지요. 그런 면에서 안 의사는 참 답답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기록에서도 인간적인 사생활의 흔적을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인간적 면모를 많이 끌어내 우리와 가까운 영웅을 만들고 싶었는데 불가능하더군요. "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