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아시아 각국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중앙은행들이 아직은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디플레 우려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미국이나 유럽보다는 한발 앞서 금리인상 등 '출구전략' 이행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일 "지난해 극심한 경기침체에 따른 기저효과와 식료품 및 유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에 선제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태국의 지난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4.1% 상승하며 16개월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태국 CPI 상승률은 지난해 11월만 해도 1.9%에 그쳤지만 12월 3.5%,1월 4.1%로 가파른 오름세다. 인도네시아의 1월 CPI도 3.72% 뛰었다. 지난해 12월(2.78%)보다 상승폭이 훨씬 커졌을 뿐 아니라 정부와 시장 예상치도 상회했다. 한국의 1월 CPI 역시 3.1% 올라 지난해 12월(2.8%)보다 높아졌다.

물가가 들썩이면서 각국 중앙은행들이 출구전략을 앞당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중국과 인도는 이미 은행 지급준비율(지준율) 인상을 통해 '긴축모드'에 들어섰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달 12일 지준율을 0.5%포인트 올렸으며 추가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인도 중앙은행도 5.0%인 지준율을 5.75%로 0.75%포인트 올리기로 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아직까진 '좀더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서둘러 금리를 인상할 경우 경기 회복세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금리인상에 반대하는 정치권의 압력도 변수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4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연 6.5%)에서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골드만삭스는 인도네시아가 오는 6월쯤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 태국도 3월초 회의 때까진 정책에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이후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렸던 호주중앙은행(RBA)은 이날 예상을 깨고 금리를 연 3.75%에서 동결했다. 기존 금리인상 효과를 좀더 지켜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물가하락(디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는 일본은 아시아 국가들과는 달리 상당 기간 제로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