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말부터 도로 주행이 허용되는 저속형 전기차(NEV)에 정부는 보조금을 지급해야 할까,말아야 할까. 판로 보장을 위한 보조금을 즉각 지급해야 한다는 생산업계와 "아직은 때가 아니다"는 정부의 논리가 맞서고 있다.

업계의 사정은 절박하다.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으면 전기차를 구매할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란 게 기업들의 걱정이다. 예컨대 CT&T가 만든 경차 크기의 'e-존' 판매 가격은 2150만원(리튬이온배터리 탑재)에 달한다. 비슷한 사양의 경차는 가격이 1000만원가량에 불과하다. 차액에 해당하는 1000만원을 정부가 대줘야 초기 수요의 불씨를 지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올림픽대로에도 못 들어가는 차에 보조금을 줄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작년 하반기 '2011년 전기차 양산'을 발표할 정도로 적극적이던 정부가 NEV 보조금 지급에 대해 부정적인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대책없이 보급만 확대했다가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란 게 정부의 속내다.

쉽게 상상해볼 수 있는 문제는 NEV 운전자들을 위한 도로 표지판이 없다는 점이다. NEV는 시속 60㎞ 이하 도로에서만 운행할 수 있는데,운전자들이 충분히 도로 정보를 숙지하지 않고 그 이상의 속도로 달려야 하는 도로에 잘못 진입했을 경우 교통 혼란은 불을 보듯 뻔하다. 아파트에 충전 시설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뚜렷한 실체도 없이 전기차라는 이름 석자만 내건 업체들이 난립하고 있다는 것 역시 정부로선 골칫거리다.

어쨌든 막대한 돈을 들여 생산 라인을 만든 NEV 제조업체와 관련 부품업체들은 난감해졌다. CT&T 관계자는 "일본에 수출한 214만9000엔짜리 'e-존'에 대해 일본 정부는 77만엔의 보조금을 주고,미국에선 최대 4885달러를 지원해 주고 있다"며 "왜 우리만 결정을 못 내리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경부 얘기에도,업계 주장에도 나름의 일리는 있다. 하지만 저속 전기차 도로주행 허용이라는 주사위는 던져졌다. "전기차 보급을 위해 법규를 마련했으면 초기 시장 육성을 정부가 책임지는 게 일관된 정책일 것"이라는 업계 주장에 대한 답변은 정부 몫이다.

박동휘 산업부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