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이후 암 발병이 급격히 증가해 머지않아 남자는 둘 중 하나,여자는 셋 중 하나가 암으로 사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1920년대만 해도 미국인의 3~5%만이 암에 걸렸으나 지금은 약 40%에 달한다.

요즘 과학자들이 내세우는 주된 암 요인은 유전자의 돌연변이.평균 수명이 연장된 데다 발암물질,살충제,방부제,유해화학물질,트랜스지방,방사선,자외선,바이러스 등에 노출되는 기회와 양이 급증하면서 유전자가 변형돼 암이 생긴다는 설명이다.

'암의 비밀을 밝히다'(브라이언 페스킨 · 아미드 하비브 공저,푸른솔 간)는 이런 설명이 미흡하다고 지적하고 암의 새로운 원인을 제시한 책이다. 미국 텍사스서던대학 보건과학과 조교수와 마이애미잭슨메모리얼병원 소아과 의사를 역임한 저자들은 1920년 이후 채 100년도 안 됐는데 미국 인구의 40%에서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 변이가 생겼다는 가설에 의문을 제기한다.

유전자는 최소 수백년이 걸려야 변형되는 데다 유방암의 경우 BRCA1 같은 유전자 변이를 보유한 여성이라 할지라도 대다수가 암에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암은 근본적으로 '세포의 저산소증' 때문에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앞서 1931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오토 와버그 박사는 사상 처음으로 암은 유전자 손상 때문이 아니라 정상세포의 산소 부족 때문에 생긴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는 암이 유전자 이상 질환이 아니라 대사이상 질환이라고 규정했다. 세포에 공급되는 산소공급률이 65%(암 유발 역치)를 밑돌면 어떤 세포도 예외없이 암세포화된다고 소개했다.

이 책에 따르면 세포는 기본적으로 호흡으로 산소를 공급받아 연소시킴으로써 에너지를 얻는다. 그러나 산소가 부족하면 포도당을 자체 발효시켜 생존과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다. 그런데 발효를 통해 에너지를 얻는 데 성공한 세포는 산소결핍으로 사멸하지 않고 에너지 조달방식을 전환함으로써 점차 암세포가 된다. 개별 세포는 신체의 구성원으로 분화된 기능을 하는 게 마땅하지만 단세포 생물체인 효모처럼 원시적인 생존기능을 발휘하면서 복제를 거듭하며 암이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세포 산소전달 결핍이 상업적인 식용유 가공 공정에서 식용유에 들어 있는 모체필수지방산(PEO:Parent Essential Oils)이 변성 파괴됨으로써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세포막의 4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PEO는 마치 '산소 자석(oxygen magnet)'과 같아 산소를 흡수해 세포에 전달한다. 그러나 상업적인 식품가공의 영향으로 대부분 변성된 PEO를 함유한 식품들을 섭취하게 되고 세포막에 PEO 결핍이 초래돼 암이 급격하게 증가했다는 이론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변성되지 않은 PEO와 풍부한 미네랄을 함유한 고지방,고단백질 식단이다. 지방과 단백질 섭취를 줄이고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라는 게 일반적인 암 예방 · 치료 원칙이지만 이럴 경우 인체 항상성 유지에 필요한 효소 항체 세포막 호르몬 등의 기능이 떨어져 암 치료에 실패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적절한 비율의 오메가-6지방산과 오메가-3지방산으로 이뤄진 PEO를 충분히 섭취하길 강조한다. 저자는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는 게 해답이 아닐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맛이 단 과일을 통해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암의 먹이가 되는 포도당을 공급하는 꼴이 돼 암의 재발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아울러 과도한 운동도 조직의 각 세포에 산소를 전달하지 못하는 요인이 되기 때문에 삼가라고 조언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