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조사국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인 1998~2008년 한국이 북한에 약 70억달러의 경제협력을 제공했으며 이 가운데 29억달러는 현금으로 지원했다고 공식화했다. 특히 북한은 이 기간 중인 1999년 핵무기용 우라늄 농축기술을 해외에서 구입하기 시작해 2000~2001년에는 기술 조달을 가속화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실은 한국경제신문이 30일 입수한 미 의회조사국(CRS)의 '의회 한 · 미관계 현안 보고서'에 의해 확인됐다. 이 보고서는 "북한이 한국의 지원 자금을 핵무기 개발에 전용했다"는 것을 처음으로 공식화 및 공론화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CRS 보고서는 미 의원들의 정책입안 자료로 제공돼 활용되고 있다.

래리 닉시 한반도 전문가가 지난 12일 작성한 이 보고서는 한국이 북한에 제공한 현금의 출처가 금강산 관광사업과 개성공단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현금 지급 업무 대부분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로 노동당 39호실이 담당했다고 덧붙였다. 39호실은 통상 해외에서 김 위원장과 북한 엘리트들을 위한 사치품을 구입하고 대량살상무기용 부품을 구입토록 지시한다.

보고서는 한국 정부도 북한이 1998~2008년 핵 및 미사일 프로그램에 최대 15억달러를 투입했으며,이 가운데 많은 자금이 한국에서 받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한국이 제공한 약 5억달러는 2000년 현대 계열사가 비밀리에 조성한 자금으로 같은 해 6월 김 위원장과 김 전 대통령 간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한 것이었다고 적시했다. 39호실이 마카오 싱가포르 오스트리아에 개설해 운용하는 은행 계좌로 경협자금을 이체하는 과정에서는 한국 정부기관과 고위 정부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대목도 포함시켰다.

보고서는 이어 북한이 (한국으로부터 받은) 현금을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미군 관계자들이 1999년부터 의심했다고 기술했다. 현대가 1999~2000년 공개 · 비공개적으로 10억달러 이상의 현금을 북한에 제공했을 당시 북한은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용 부품과 재료를 해외에서 구입하는 데 외환 사용을 급속히 늘렸다고 분석했다. 미 중앙정보국(CIA)의 추정과 빌 클린턴 전 정부 관계자의 진술에 의하면 북한은 1999년부터 우라늄 농축 기술을 구매하기 시작,2000년과 2001년 기술 구매 속도를 더욱 높였다는 것이다.

북한에 핵무기 제조기술을 전수한 인물로 잘 알려진 파키스탄의 압둘 카디어 칸 박사는 최근 북한이 2002년 무렵 우라늄을 소규모로 농축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해 12월27일 칸 박사가 "북한은 2002년 무렵 아마도 3000개나 3000개 이상의 원심분리기로 우라늄을 소량 농축하고 있었으며 농축에 필요한 가스 제조공장도 건설했다"고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