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대표 권용원)이 지난 31일로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2000년 5월 영업을 시작한 이 회사는 당시만 해도 생소하던 온라인 주식거래 부문을 선도적으로 개척,이제는 주식위탁매매 시장에서 대형 증권사와 어깨를 겨룰 정도로 입지를 굳혔다.

특히 키움증권은 싼 수수료를 내세워 젊은층 투자자를 증시에 끌어들임으로써 '온라인 주식거래의 강자'로 부상했다는 평가다.

오프라인 지점 한 곳도 없이 온라인으로만 영업하는 비즈니스 모델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는 고객 위주의 HTS(홈트레이딩시스템)도 크게 기여했다.

증권담당 베스트 애널리스트 출신인 조병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키움의 HTS가 나오면서 각 증권사 HTS의 화면 구성이 공급자인 증권사에서 사용자 중심으로 확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대신증권 등 기존 강자들이 새 시스템을 내놓는 등 키움의 등장은 업계를 긴장시켰다.

또 키움이 불씨를 댕긴 온라인 주식거래가 계속 늘어나면서 2000년 하루 평균 5조원 수준에 불과했던 거래대금은 지난해 8조원에 육박했다. 키움증권은 국내 위탁매매시장에서 2000년 1.1%에 불과했던 시장점유율을 지난해 12.7%로 끌어올리며 급성장했다. 온라인 거래로만 따지면 작년 전체의 5분의 1 이상이 키움증권을 통해 이뤄졌다. 이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를 3연임했던 김봉수씨가 경선을 통해 당당히 거래소 이사장에 선임될 만큼 영향력도 커졌다.

미국에서 찰스슈왑 등 온라인 전문 증권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키움의 선전은 돋보인다. 조 센터장은 "지난 10년간 키움이 쌓은 업적은 인정해야 한다"며 "세계에서 가장 발달된 인터넷 환경 아래에서 키움의 입지는 앞으로도 탄탄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새로운 10년을 위해서는 제2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08년부터 하나대투 등 일부 대형 증권사들이 수수료를 같이 내리며 반격에 나서면서 더 이상 위탁매매로는 수익을 내기 힘들어져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취임한 권용원 대표가 저축은행 인수와 자산운용사 설립을 공식화하고 나서는 등 키움증권 스스로도 새로운 도약을 위한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박은준 신영증권 선임연구원은 "투자자들의 신용융자에 대한 자기자본 규제로 과거와 같이 위탁매매에 집중한 모델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며 "키움이 온라인 고객 기반을 활용해 새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다면 오프라인 중심의 증권사들엔 새로운 위협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