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로 전 세계에서 상당수 업체들이 부도를 냈는데도 한국 기업들은 지난해 공격적인 영업 전략을 구사했다. 수출대금을 지급보증하는 수출보험공사(수보)의 역할이 컸다. 예컨대 미국의 가전제품 양판점 서킷시티가 2008년 11월 파산했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기업들은 손실을 보지 않았고 수출에 전념할 수 있었다. 수보가 국내 기업들에 서킷시티 대신 내준 물품대금(보험금)은 1억5000만달러(약 1700억원)였다.

지난달 29일 수보 본사에서 만난 유창무 수출보험공사 사장(60 · 사진)은 "지난해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과 남용 LG전자 부회장으로부터 수차례 '고맙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경제위기 속에서도 한국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수출 9위,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3%'란 쾌거를 이룬 데에는 수보의 숨은 역할이 있었다. 그는 행정고시 13회로 지식경제부 전신인 산업자원부 기획관리실장과 중소기업청장,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을 거쳐 2008년 9월부터 수보를 이끌어왔다.

▲지난해 수출보험을 얼마나 늘렸나.

"2008년 130조원에서 지난해 165조원으로 27% 늘렸다. 165조원은 전 세계 수출보험업계에서 4위 규모다. 외국 보험사들은 지난해 경제위기를 핑계로 한도를 줄였으나 우리는 기업들이 수출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 규모를 확대했다. "

▲손해가 컸을텐데….

"지난해 국내 기업이 해외 바이어로부터 수출대금을 받지 못하는 등 사고로 인해 수보가 대신 지급한 금액(보험금)이 5200억원이었다. 정상적인 상황에선 연간 1500억~2000억원 정도인데 작년엔 매우 나빴다. 3000억원가량의 적자를 냈다. "

▲올해는 상황이 나아질까.

"지난해 보증액을 늘렸기 때문에 올해 많은 적자를 낼 수도 있다. 세계 경제가 썩 좋은 편도 아니다. 중소 · 중견 조선업체의 구조조정도 진행되고 있다. 조선사가 배를 제때 넘겨주지 못하면 수보가 발주사에 대신 돈을 물어줘야 한다. "

▲적자를 어떻게 메우나.

"수보 기금이 1조8000억원 정도 있다. 적자가 나면 일단 이걸로 메운다. 하지만 적자가 계속되면 기금이 고갈돼 수출보험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기금을 장기적으로 2조5000억~3조원 수준까지 늘릴 필요가 있다. "

▲올해 계획은 어떤가.

"올해 정부의 수출 목표가 작년(3637억달러)보다 많은 4100억달러(약 475조원)다. 이에 맞춰 올해 수출보험 공급 규모를 작년보다 15% 정도 많은 190조원(전체 수출의 40% 상당)으로 늘릴 계획이다. "

▲UAE(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출도 지원하나.

"총력으로 지원하겠다. 전담팀을 만들어 한국전력과 협력하고 있다. 조만간 맞춤형 금융지원 방안을 내놓겠다. "

▲회사 이름이 '한국무역보험공사'로 바뀌면 뭐가 달라지나.

"회사 설립 근거인 수출보험법이 2월 중 무역보험법으로 바뀌기 때문에 회사 이름을 변경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수출 보험에만 주력했으나 앞으로는 원자재나 기계부품 소재처럼 수출 증대에 필요한 수입 거래,해외 투자 등에 대해서도 보험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

글=주용석/사진=양윤모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