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예상보다 높게 나온 가장 큰 이유는 경기 침체 영향으로 지나치게 재고를 줄여온 기업들이 6분기 만에 투자를 늘렸기 때문이다. 재고 감소에 따른 투자는 1987년 이래 최고 수준을 기록,GDP 성장 가운데 3.4%포인트를 차지했다.

장비와 소프트웨어 구매가 13.3% 급증했다. 세계 최대 칩 메이커인 인텔이 지난해 4분기 1년 만에 최대 매출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도 기업들의 구매 증가에 따른 영향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딘 마키 바클레이스 캐피털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경기 회복이 부양책 등에 의지하지 않는 자기 지속적인 궤도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우려했던 소비 분야도 당초 예상보다는 개선되고 있는 추세다. 정부의 자동차 보조 프로그램 등이 끝났는 데도 4분기 소비는 2% 증가했다. 작년 한 해 전체로 보면 소비는 0.6% 감소해 1974년 이후 가장 크게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무역적자폭이 당초 예상보다 감소한 점도 GDP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주택과 고용시장은 위축된 것으로 드러났다. 작년 11월 비농업 분야에서 소폭의 증가세로 증가했던 고용시장은 12월 다시 8만5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2007년 12월 경기 침체가 시작된 이후 미국에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은 720만명에 달한다. 작년 4분기 주택 건설은 5.7% 증가해 2분기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여전히 주택 압류가 늘고 있는 점에 비춰 본격적인 회복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는 안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4분기 가격변동폭이 큰 에너지와 식품류를 제외한 근원소비자물가상승률은 1.4%로 통화당국의 관리 범위를 밑돌았다. 전문가들은 연방정부의 대형 은행 규제 강화 영향으로 대출 위축 현상이 이어져 당분간 인플레이션 압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GDP 결과에 비춰볼 때 올 상반기엔 재고 조정 및 경기부양 효과에 힘입어 비교적 높은 성장세를 보인 뒤 하반기에 성장 동력이 약화되는 상고하저의 패턴을 보일 가능성이 커졌다. 4분기 GDP는 2월 중 수정치가 나오고 3월에 최종치가 발표될 예정이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