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찌를 듯 솟은 서울의 마천루,고층 건물에 휩싸인 뉴욕 센트럴 파크,이들을 감싸안은 시퍼런 풍경이 흡사 할리우드 영화의 배경같다.

이처럼 다른 시공간의 이미지를 겹치거나 교묘하게 합성해 '욕망의 도시'를 표현하는 사진 작가 임상빈씨(34)의 개인전이 서울 청담동 PKM 트리니티 갤러리(26일까지)와 미국 뉴욕 메리라이언 갤러리(11일~3월28일)에서 동시에 열린다.

미국 컬럼비아대 티처스칼리지에서 박사과정을 밟으며 뉴욕 맨해튼에서 작업하는 그는 사진 속 하늘이나 거리를 자신의 회화 작품에 빌려와 사진과 회화의 결합을 시도하고 있는 작가다.

이번 서울 전시회의 주제는 '만남과 충돌'.자연과 도시,전통과 현대,사진과 회화,인간과 건물의 관계를 병치시켜 뉴욕과 서울 도심의 빌딩 숲 · 청계천 · 덕수궁 · 터널 · 도심 산사 등을 초현실적인 인공 풍경으로 바꿔놓은 신작 12점을 건다. 아날로그 사진과 디지털 작업에서 흔히 사용되는 합성기술을 활용한 '메이킹 포토'(만들어진 사진)의 효과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휴대전화,인터넷 없이는 생활하기 힘든 디지털 세대인 작가는 "도시에서 태어나 생활하면서 느끼는 친근한 고층 빌딩과 풍경에 욕망과 두려움을 렌즈로 동시에 응축해낸다"고 강조했다.

"제가 뉴욕 유학을 시작한 2003년 8월 공교롭게 미국 역사상 최대의 정전사태가 일어났어요. 24시간 끊임 없이 돌아가는 세계 최대 도시가 가 어느 순간 멈춰버린 거예요. 그때 저에게 뉴욕의 첫 이미지는 거대한 욕망과 두려움의 공존 그 자체였어요. "

어머니와 함께 순대를 먹으며 삼풍백화점 붕괴를 직접 목격한 그는 "도시의 고층 건물들은 자본주의 욕망이 만들어내는 어쩔 수 없는 묘한 매력인 동시에 공포감이 녹아 있다"며 "이 같은 구조물에 대한 양면성 때문에 도시 작업을 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서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그의 사진 작업은 회화적 언어에서 출발한다. "제 작업은 디지털 환경에 영향을 받아 일종의 현대판 콜라주 기법을 씁니다. 다양한 시간,장소에서 찍은 사진을 마치 한 장소에서 일어난 일인 양 재구성하거든요. 사진의 핵심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오히려 회화적인 '날개'를 달아줌으로써 제 영토를 키우고 있는 셈이죠.물론 디지털 혁명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02)515-9496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