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 신화의 자부심'으로 세계 자동차업계 1위를 지켜온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대규모 리콜에 휘말리며 그동안 쌓아온 아성이 송두리째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이번 사태는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해외사업 확장에만 치중하다가 도요타를 지탱해온 '장인정신의 DNA'를 잃으면서 품질관리에 구멍이 뚫린 게 가장 큰 요인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을 비롯한 주요 언론들은 전했다.

가속페달 결함으로 지난 25일 미국에서 230만대를 리콜한 도요타는 28일 또다시 같은 원인으로 북미지역에서 110만대를 추가 리콜하고,중국에서도 7만5552대를 신규 리콜 조치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도요타가 지난해 11월부터 바닥매트와 가속페달 결함으로 리콜 조치에 들어간 차량 수는 현재까지 총 773만여대로 늘었다. 이는 작년 연간 생산(약 700만대)을 훨씬 웃도는 규모다. 조만간 유럽에서의 200만대 추가 리콜 계획이 실행되면 총 리콜 규모는 1000만대에 육박하게 된다.

도요타가 대규모 리콜 사태에 휘말린 것은 무분별한 글로벌 확장 전략의 그늘이라는 평가다. 2000년대 들어 미국에서의 판매 확대를 위해 생산공장을 급속히 늘리면서 '도요타다운 품질'이 유지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도요타는 2001~2007년 자동차 생산을 334만대 늘렸다. 자동차 공장의 생산 대수가 보통 연간 30만대인 점을 감안하면 6년간 공장 11개를 늘린 셈이다. 대부분 해외 공장이었다. 이들 해외 공장에선 비용절감을 위해 상당수 부품을 현지에서 조달했다. 여기서 품질관리에 차질이 빚어졌다. 이번에 리콜 대상이 된 자동차는 모두 해외에서 생산된 것이다. 도요타 관계자는 "일본에서와 달리 외국 부품업체에 도요타식 품질관리 시스템인 '가이젠(개선)'을 철저히 요구할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고 고백했다.

비용절감을 위해 부품 공용화를 확대한 것도 리콜 대상이 광범위해진 배경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가속페달은 여러 모델에 똑같은 제품이 쓰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신모델 개발 시 직접 시제품 제작보다는 시뮬레이션에 과도하게 의지한 점도 한 요인으로 지적했다. 또 전임 사장인 와타나베 가쓰아키의 확장일변도 경영정책에 따른 후유증이 컸다며 작년 6월 창업자의 증손자로 사장에 취임한 도요다 아키오가 실적 악화와 더불어 신뢰 추락이란 악재를 떠안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미아 기자/도쿄=차병석 특파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