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28일 "하이닉스반도체[000660] 매각 작업이 무산된다면 채권단협의회를 통해 블록세일(지분 일괄매각) 등을 포함한 모든 (처리)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유 사장은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29일 접수 마감을 앞두고 아직까지 하이닉스 인수 의향서를 낸 곳은 없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매각이 이번에도 무산되면 사실상 은행들 중 보유 주식을 개별적으로 매각하겠다고 요청하는 곳이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은행들의 보유 지분을 더 이상 묶어둘 수 없어 채권단 전체의 이익이 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의 특수성과 경쟁우위, 국가 전체의 성장전략 등을 감안할 때 하이닉스 인수 대상으로는 국내 기업, 국내 투자자로 제한하고 있으나 국내 대기업들이 현금을 쌓아만 두고 투자에 나서는 데 주저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일부 해외 재무적 투자자(FI)를 끌어들인 국내 투자자에 대해서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유 사장은 또 "하이닉스 외에 현대건설[000720] 등 보유 중인 기업 주식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공사는 하이닉스반도체(6.2%) 외에도 현대건설(11.3%), SK네트웍스[001740](8.2%), 대우인터내셔널[047050](5.3%), 한국항공우주(30.1%) 등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유 사장은 "대우건설 매각 작업이 마무리되면 현대건설 매각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우인터내셔널은 올 상반기 중에 매각 절차가 종결될 것이며 보유 지분의 매각제한이 풀린 SK네트웍스 보유 주식도 적정 시점에 시장에서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유 사장은 또 "올해 기업들에 총 6조 원 규모의 정책금융을 지원하겠다"며 "중소기업을 위한 온-렌딩(on-lendingㆍ전대) 대출 2조1천억 원, 기업 시설자금 대출 1조6천500억 원 등을 지원하고 신성장동력산업에 2조2천500억 원을 투자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외에도 경쟁력 있는 중견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KoFC Frontier Champ'를 선정해 금리우대 자금 1천억원을 지원하기로 했으며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수출 등을 지원하기 위해 선수금환급보증과 공사 이행보증을 제공키로 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자금 마련을 위해 올해 13조5천억 원 규모의 정책금융채권을 발행하고 글로벌채권 발행 등을 통해 총 10억 달러의 외화자금을 조달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하반기부터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금융지원 시스템을 가동해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설비투자기업이나 중소기업 등을 우선 지원 분야로 선정하고 고용창출 평가지표를 반영해 금리 등 여신조건을 우대해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유 사장은 "산은금융지주가 1분기 내에 자사의 민영화 방안을 연구해 보고하기로 했다"며 "다만 정부의 정책이 우리금융지주의 민영화에 집중돼 있어 산은지주의 민영화 시기를 얘기하기는 어렵다"고 언급했다.

그는 "민간위원들 중심으로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산은지주 업무계획의 타당성, 이행상황, 실적 등을 주기적으로 점검할 것"이며 "이른 시일 내에 산업은행은 민간기관으로, 우리는 정책금융기관으로 각각 틀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공사의 인력을 최대 300~500명까지 확충할 것"이나 "연봉제와 임금피크제 등을 사전에 도입해 불필요한 인력을 과도하게 채용하지 않는 '강소(강하고 작은) 공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indi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