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증시가 세계 경제의 양대 중심축인 미국과 중국(G2)의 정책리스크에 노출되며 불안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유일한 증시 구원투수인 외국인의 매수 강도 역시 둔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수급측면의 또다른 축인 프로그램 매매도 선물시장의 변동성으로 우호적인 흐름이 전개되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009년 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치)'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성장률이 0.2%로 한국이 글로벌 금융위기에 비교적 잘 대처했음을 보여줬다는 평가지만 4분기의 전기 대비 성장률이 주춤하고 있어 올해 성장모멘텀이 지속될 것으로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경제전문가들은 저금리, 고환율, 재정 투입 등의 효과가 갈수록 약해지는 만큼 하반기가 더욱 걱정된다고 밝혔다.

어느 곳 하나 기댈 곳이 없는 형국이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지금이 안개 속을 헤치고 가야하는 감속운행 구간이지만 미국과 중국의 정책 리스크의 핵심을 들여다 보면 비관적 전망에 낙심만 하고 있을 필요는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금융위기의 장본인인 금융주들의 부진이 계속될 수록 신성장동력을 찾게될 것이고 그 대안은 정보기술(IT) 관련주가 될 것이란 전망이 그것이다.

특히 인텔에 이어 모바일웹2.0 시대를 이끌고 있는 애플의 실적이 증시 상승의 '트리거'가 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예측도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미국증시 마감 이후 애플은 지난 1분기 33억8000만달러, 주당 3.67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아이폰과 매킨토시 컴퓨터의 연말 매출 증가에 힘입어 지난해 같은 기간 순이익 22억6000만달러(주당 2.50달러)보다 50% 증가한 수준이다.

애널리스트들의 사전 예상치는 주당 2.07달러의 순이익에 매출 120억6000만 달러였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번 실적발표의 최대 관심사인 애플의 실적결과와 이후 전망에 따라 IT주가 순환적 사이클을 극복하고 한 단계 도약할 것인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애플의 이번 호실적을 계기로 IT주 위주의 대응전략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미국 IT 경기모멘텀이 여전히 좋고 IT 환경 변화를 주도하는 애플은 새로운 IT수요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제로섬 게임'의 IT리더와는 다르다는 주장이다.

김 팀장은 "금융위기 여진으로 금융주들의 부진이 계속될 경우 신성장동력을 찾게 될 것이고 그 핵심은 IT와 그린산업으로 압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현재 국내 증시의 핵심 동력은 매크로 지표 개선과 IT기업 중심의 실적 기대감이고 미국발 불안 요인이 이러한 펀더멘털 개선세까지 훼손할 성격은 아니라는 판단"이라며 "이번주 실적을 발표하는 애플, 야후,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기술주들의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펀더멘탈 개선이라는 방향타와 실적 기대감이라는 전조등을 보유하고 있지만 감속운행은 불가피하다"면서 "지수의 추가 하락 시 IT 대표주들에 대한 분할 매수 이외의 대응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도 "애플과 삼성전자 등 국내외 증시의 주도주인 핵심 IT기업과 기타 기업의 긍정적인 실적전망이 충분히 시장의 추가 하락을 제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이번주 중에 예정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존의 완화적 통화정책에 대한 확인이 추가된다면 유동성 축소와 관련한 시장의 리스크도 축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