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1."세계 최고의 인재로 만들어 드립니다. " 인재사관학교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생활용품 전문기업 P&G의 캐치프레이즈다. 이 회사는 매년 국내 주요 대학에서 'P&G 인턴십 설명회'를 열면서 이 같은 취지의 문구를 내건다. 실제 이 회사가 선발한 인재들은 내부 승진제도를 통해 최고경영자(CEO)에 이르거나 글로벌 대기업의 CEO로 스카우트된 경우가 수두룩하다. 이베이의 맥 휘트먼,GE의 제프리 이멜트,3M의 짐 맥너니,KFC의 체릴 바첼더 등이 대표적 인물들이다. 철저한 '인재 만들기' 교육의 성과가 아닐 수 없다. P&G는 우선 신입사원 선발 과정 자체가 까다롭다. 지원자는 서류 심사와 영어 등 필기시험을 통과하면 한 번에 한 시간 이상 걸리는 심층 면접을 세 차례 이상 거쳐야 한다. 한국어와 영어 면접을 통과해도 2박3일간 실무능력을 평가하는 '비즈니스 스쿨'이란 관문을 뚫어야 한다. 이렇게 선발된 한국P&G 직원들은 연간 200시간의 교육을 받는다. 1년 중 한 달이 교육으로만 채워지는 셈이다.

#사례 2.인도 최고의 정보기술(IT) 그룹인 위프로.미국 소프트웨어엔지니어링협회가 세계 최고 기술 보유 업체임을 인증하는 '세이캄(SEI-CAMM) 5' 등급을 세계 최초로 받은 회사다. 연 매출이 10억달러가 넘는 이 회사를 이끄는 아짐 프렘지는 '인도의 빌 게이츠'로 불린다. 식용유 회사였던 회사를 세계적 IT 기업으로 성장시킨 결정적 공로자가 바로 아짐 프렘지다. 그는 1970년대 말 정권을 차지한 사회당이 국내 산업 육성책을 쓰자 과감하게 컴퓨터 사업에 뛰어들어 오늘의 위프로를 있게 한 인물.핵심 인재 한 명의 과감한 결단과 추진력이 작은 식용유 회사에 불과했던 회사를 초일류 글로벌 기업으로 뒤바꿔 놓은 것이다.

인재 경영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전 세계 각국 기업들이 지속 가능 성장을 위해 핵심 인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특히 창의성과 리더십,실무능력을 고루 갖춘 인재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앨런 유스티스 구글 부회장은 "일류 엔지니어 한 명이 평범한 인력 300명보다 낫다"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인재가 미래다'라는 말이 회자될 수밖에 없다.

국내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국내 인재에 국한하던 시야를 해외로 넓히고 있다. 삼성그룹은 S(Special),A(알파벳 첫 글자),H(High Potential) 등 3등급으로 이뤄진 '인재 풀'을 작성하고 전 세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인재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외국인 임직원 500여명 가운데 3%인 15명이 S · A · H급 인재라는 평가다. 외국 핵심 인재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1년에 전용기를 50여 차례나 띄우고,핵심 인재 영입을 전담하는 'IRO(International Recruit Officer)'라는 특수조직을 통해 일궈낸 성과물이다.

LG그룹의 모토는 '모든 임직원의 헤드헌터화'다. 외국 출장을 가더라도 반드시 인재 확보 활동을 병행한다는 게 그룹의 기본 원칙처럼 굳어져 있기 때문.임원 평가에서 실적 평가보다 인재 확보 능력이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그룹 관계자는 "회사가 필요로 하는 우수 인재가 입사할 때 사이닝 보너스(Signing Bonus)에 상한선을 두지 않고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에는 중견 · 중소기업들에까지도 인재 경영이 번지고 있다. 무엇보다 우수 인재들이 회사에 애착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직원 만족 경영을 실시하고 있다.

모바일 멀티미디어 전문기업 코아로직의 대졸 신입사원 연봉은 3000만원 수준.하지만 코아로직 직원들에게는 특별한 성과급이 있다. 자신이 추천한 우수 인재가 회사에 입사하면 보너스를 받을 수 있다.

국내 처음 사내 자격증 제도를 도입한 철강제품 포장설비 전문 생산업체인 삼정피앤에이는 사내 자격증 시험과 관련한 온라인 강좌만 40여개를 운영하고 있다. 초급 자격을 따면 1인당 10만원,중급 자격을 따면 1인당 15만원의 포상금과 함께 우선 승진할 기회를 잡는다.

중견 · 중소기업의 인재 경영은 '감동 경영'으로 진화하고 있다. 현금이나 휴가 등 실질적 복지는 아니더라도 섬세한 배려를 느끼게 해줌으로써 우수 직원들의 충성도를 높이고 있는 것.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전문업체인 MDS테크놀로지의 경우 합격이 결정된 신입사원에게 축하 화분을 보낸다. 또 입사 1년 뒤에는 반지,열쇠고리 등의 선물을 고르는 '돌잡이' 행사가 이어진다. 회사 관계자는 "입사 후 1년 이내에 퇴사하는 사람은 5%가 채 되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경남 양산의 전자부품 제조업체인 포스텍전자는 대다수 생산직원이 주부임을 고려해 출근시간을 오전 7시50분에서 8시30분으로 늦췄고,LCD(액정표시장치) 생산업체인 이레전자는 회사가 대신 임직원들의 김장을 담가준다.

올해 한국경제신문이 선정한 '제2회 대한민국 인재경영대상' 수상 업체들도 인재 확보와 인재 관리에서 어느 업체보다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제갈정웅 대림대학 총장은 "올해 수상 업체들은 모두 회사에 적합한 인재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고 인재 경영 활동을 꾸준히 실행해 인재가 몰려드는 '직장 매력(Workplace Attractiveness)'이 높은 기업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글로벌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업은 물론 공공기관까지도 인재 확보와 만족을 위해 모든 가용자산을 동원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