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월가 금융사를 '탐욕에 빠진 살찐 고양이'라고 비판하며 연일 개혁 강도를 높이고 있지만 월가에 아주 절친한 친구가 한 명 있다. 스위스 UBS의 미국 영업 책임자인 로버트 울프 최고경영자(CEO )가 주인공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울프 CEO는 20차례 가까이 백악관을 찾았다. 지난해 6월에는 단 둘이서 점심을 같이 했다. 7월4일 미 독립기념일에는 오바마 가족과 함께 백악관 잔디밭에서 불꽃놀이도 즐겼다. 8월에는 마사스 빈야드에서 골프 라운딩을 함께 할 정도였다.

UBS가 미국 부자 수만 명의 탈세를 도운 혐의가 있는 외국사라는 점도 두 사람 관계에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았다. 23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울프는 오바마 대통령과 월가 금융사 간 갈등도 우정에 아무런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06년 12월 억만장자 투자가인 조지 소로스의 뉴욕 사무실에서 시작됐다. 민주당 후원그룹 새내기인 울프는 당시 상원의원이던 오바마 대통령에게 명함을 줬고,바로 다음 날 아침 오바마가 울프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몇 주 후 울프는 뉴욕에서 처음으로 오바마 후원 행사를 개최해 200여명으로부터 35만달러의 후원금을 거둬 줬다.

이후 UBS 직원들의 후원도 오바마에게 집중됐다. 경제위기가 터지면서 울프 CEO의 역할은 정치적 후원자에서 경제 자문 쪽으로 바뀌었다. 오스턴 굴스비 백악관 경제보좌관 등과 매일같이 통화하면서 경제 현안을 논의했다.

월가는 울프 CEO가 오바마 대통령과 월가 간 긴장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그는 워싱턴과 뉴욕에서 오바마의 측근들과 월가 CEO 간의 저녁식사 자리를 주선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