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근현대 호랑이들 '어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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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 앞두고 호랑이그림전…27일부터 경운동 우림화랑서
달 밤에 줄타기하는 호랑이,산신이 된 호랑이,무뚝묵한 호랑이,포효하는 백호 등등….
경인년 범띠해가 실제로 시작되는 설 명절을 앞두고 내고 박생광 화백을 비롯해 운보 김기창,고암 이응로,우석 황종하,이왈종,이두식씨 등 쟁쟁한 화가들의 독특하고 참신한 호랑이 그림을 모은 전시회가 마련된다.
올해 개관 36주년을 맞은 서울 경운동의 우림화랑(대표 임명석)은 한국미술경영연구소(소장 김윤섭)와 함께 오는 27일부터 한 달간 전통 회화와 현대 미술 속 호랑이를 소재로 한 작품을 소개하는 '가가호호(佳家好虎)-호랑이 연가'전을 연다.
올 들어 호랑이를 주제로 한 전시회가 많았지만,이번 전시는 호랑이의 기백과 혼이 담긴 조선시대 민화부터 근 · 현대 작가 22명의 작품까지 남녀노소가 고루 좋아할 만한 호랑이를 주제로 한 그림과 조각 50여점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역시 작고 작가 박생광 화백의 오방색 호랑이 그림.누가 봐도 박 화백의 작품임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이 작품은 모든 짐승을 위압하는 호랑이의 위력을 한국화법으로 묘사해 참신성이 돋보인다. 그런가 하면 운보 김기창의 '까치 호랑이'는 까치와 함께 대화를 나누는 듯한 호랑이의 눈매를 인상적으로 묘사해 친근감이 느껴진다.
단원 김홍도 이후 호랑이 화가로 으뜸 꼽히는 우석 황종하의 작품도 4점이나 나온다. 문틈에 끼어있는 잡귀까지 찾아낸다는 호랑이의 위용이 기운생동의 필선에 묻어나 남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부산비엔날레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추상화가 이두식씨는 특유의 호방한 선을 살려 금방이라도 화폭에서 튀어나올 듯한 기운찬 호랑이를 그려냈고,이왈종씨는 일출을 배경으로 제주도 풍경을 딛고 힘껏 도약하는 백호를 유머러스하게 담아냈다.
또 거친 선과 강렬한 색이 특징인 서용선씨의 호랑이는 뚝심있는 작가의 모습을 닮았다. 노준씨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강아지 조각에 호랑이 옷을 덧입혀 참신성을 더했고,역시 강아지를 즐겨 그리는 박형진씨도 호랑이를 주인공으로 회화를 제작했다. 고미술품으로는 불교 사찰의 산신각(山神閣)에 걸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250여년 전 조선시대 '산신도' 속 호랑이 그림이 눈길을 끈다. 2월26일까지.(02)733-3788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