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를 끼고 베트남 국경과 200㎞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광시좡족자치구의 친저우시.지난 22일 인구 365만명의 소도시인 이곳에선 대역사가 이뤄지고 있었다. 시내는 대규모 건설작업에 동원된 포클레인 천지였다.

하역작업이 바쁘게 이뤄지는 항만에선 동시에 확장공사가 진행 중이었고,그 옆 하동공업단지에선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으로 수출될 자동차가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올초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과 중국의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서 친저우는 이렇게 거대 산업도시로 변신 중이었다. "북쪽 톈진에서 상하이와 광저우를 거치는 연안개발구의 남서쪽 종착점으로 확정된 친저우는 중국의 '마지막 푸둥'으로 부상 중"(난잉룽광물류 우즈룽 사장)이었다.

◆'남방의 실크로드' 친저우시

친저우시는 '차세안(차이나+아세안)' 경제권과 중국 남서부경제의 핵심 성장축인 베이부경제특구의 중심이다. 친저우와 함께 베이부경제특구의 3대 축을 형성하는 베이하이와 팡청항의 중앙에 위치한다. 친저우는 중국 남서부의 해상통로로 아세안과 교역이 활발해 바다의 실크로드로 불려왔다.

이젠 육지에서도 아세안과 실크로드를 잇는 작업이 한창이다. 상하이와 광저우에서 친저우까지 각각 6시간, 3시간 걸리는 고속철도가 공사 중이다. 이렇게 실려온 물자는 중국과 아세안을 잇는 총연장 3500㎞의 고속도로를 타고 싱가포르까지 이틀 안에 도착할 수 있게 된다.

중국 정부는 베이부경제특구를 '3기지+1중심'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3기지란 물류 비즈니스 가공기지를,1중심은 정보 중심을 말한다. 친저우시는 이를 위해 대항구 건설에 이미 착수했다. 작년 5000만t이었던 항구의 물동량을 3년 내 1억t으로 늘린다는 방침 아래 항구를 대대적으로 확충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엔 상하이 톈진 광저우 다롄에 이어 전국 다섯 번째로 자동차 수입 항구로 정식 허가를 받았다.

하동공업단지 등 산업단지를 개발,투자를 적극 유치하고 있기도 하다. 올 6월부터 연 1000만t의 정유시설을 본격 가동할 예정인 중국석유화학은 이미 생산규모를 두 배로 확충키로 하고 시설공사에 들어갔다. 중국 첨단기술의 상징인 칭화퉁팡도 작년부터 연 400만대의 디지털TV를 생산 중이다. 중국 최대의 유가공업체인 중량그룹도 친저우에 새로운 공장을 건설했다.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한 한국공업단지도 부지를 확정해 놓은 상태다.

친저우보세항의 계획 면적은 여의도(8.5㎢)보다 큰 10㎢로 중국 최대급이다. 작년에 제1기 2.5㎢가 완공돼 운영을 시작했다. 10만t급 컨테이너 시설과 5만t급 접안시설 5개가 건설돼 연간 600만~800만개의 컨테이너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제2기 7.5㎢에 대한 개발은 내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지난해 12월 시작됐다. 2기에는 10만t급 접안시설 6개가 신설된다.

친저우항에는 중국에서 유일하게 돌고래를 볼 수 있는 싼냥만엔 골프장 등 대규모 위락시설도 지을 예정이다. 작년 중국 평균(8.7%)의 두 배가 넘는 15% 성장을 한 도시답게 친저우의 부동산가격은 작년 초보다 두세 배씩 뛰며 급등 추세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국경도시 핑샹은 '차세안 경제권'

중국과 베트남의 국경도시인 핑샹.깎아지른 듯한 산들이 촘촘히 박혀 있어 '물만 있으면 계림'이라 불리는 풍광 좋은 곳이다. 핑샹시내에서 국경 쪽으로 20여분을 달려 핑샹-아세안 변경무역구라고 쓰여진 대형문을 지나자 높은 산들은 온데간데 없고 거대한 개활지가 나타났다.

여의도 크기만한 8㎢의 대형 보세창구가 첩첩산중에 지어지고 있었다. 공사장 관계자는 "베트남 쪽에서도 똑같은 크기의 보세창구가 지어질 예정"이라며 "옛날엔 우공(愚公)이 산을 옮겼지만 지금은 발전공(發展公)이 산을 옮긴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베트남 국경 쪽으로 10여㎞ 더 들어간 푸자이 변경 무역구는 베트남과 중국인들이 자유롭게 왕래하며 무역을 하는 특수 변경지역이다.

끝없이 늘어선 트럭에선 베트남에서 넘어온 과일들이 하역을 기다리고 있었다. 국경선에는 중국 쪽에서 생필품을 도매로 떼어가는 베트남인들이 줄을 잇고 있었다. 이 지역에선 중국 위안화와 베트남 동화가 모두 사용되고 있지만 가치 상승이 예상되는 위안화가 훨씬 대접을 받는다고 한 상인이 귀띔했다.

중국과 아세안국가는 이처럼 이미 하나의 경제권을 향해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올해 발효된 중 · 아세안 FTA로 이미 교역상품의 90%가 무관세로 거래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작년 2311억달러였던 중국과 아세안의 교역규모는 2020년 7000억달러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장샤오친 친저우시장은 "친저우나 광시는 경제개발에서 후발주자로서의 이점을 최대한 살려 급속한 발전을 해나갈 것"이라며 "한국기업들도 적극적인 참여로 세계 최대 자유무역구에서 활동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친저우 · 핑샹=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