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동반자' 인도] (2) "한국車·TV에 반했지만 최고라 하기엔 아직…"
인도 뭄바이의 택시기사 야도(37)는 최근 수년간 바라던 꿈을 이뤘다. 20년 된 1964년형 피아트 택시를 폐차시키고 중고지만 이곳에서는 알아주는 현대자동차의 '상트로(SANTRO)'를 구입했기 때문이다. 상트로는 1998년 현대차가 경차 아토스를 개량해 인도에 선보인 첫 제품.야도는 "현대차는 품질과 애프터서비스가 모두 좋아 오랫동안 탈 수 있는 차"라며 만족해했다.

한국 기업의 인도 진출은 1995년부터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 3인방의 내수시장 공략으로 시작됐다. 최근에는 포스코가 오리사주에 120억달러 규모의 제철소 건립에 나서는 등 인프라 시장으로까지 점차 확대되고 있다. 홈캐스트 등 셋톱박스 업체를 필두로 한 중소기업들의 진출도 가시화되고 있다.

◆대기업 3인방 중심으로 내수시장 선점

작년 말 브라질 상파울루 법인에서 인도 뭄바이 법인으로 온 유지상 미래에셋자산운용 팀장은 살 집을 알아보고 다니다 깜짝 놀랐다. 30군데 정도를 방문했는데 세탁기와 냉장고는 90%가 LG전자,LCD TV는 60~70%가 삼성전자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유 팀장은 "가전쪽에서는 한국이 인도 시장을 휩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등에서 20~30%의 점유율로 시장 1위를 차지하며 인도에서 가장 사랑받는 가전 메이커가 됐다. 경영 · 마케팅 · 영업 등 핵심 업무를 인도 직원에게 맡기는 현지화 전략이 성공을 거둔 결과다. 삼성전자는 LCD TV와 휴대폰에서 두각을 나타내 LCD TV의 경우 작년 11월 기준으로 35.8%의 시장점유율(1위)을 기록하고 있다. 휴대폰 역시 점유율이 지난해 1월 8.4%에서 11월 15%로 초고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는 일본계인 마루티 스즈키(52.6%)에 이어 점유율 2위(20.3%)다.

내수시장에서 이 같은 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인도가 각광받기 전에 빠르게 시장을 선점했기 때문이다. 인도 진출에 소극적이던 일본 등과의 '맞대결'을 피할 수 있었던 점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박현성 뭄바이 KOTRA 코리아비즈니스센터 과장은 "부정 · 부패와 규제 등으로 예측이 불가능한 인도 시장을 한국은 몸으로 부딪쳐 개척한 반면 일본은 관망하는 자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경제 동반자' 인도] (2) "한국車·TV에 반했지만 최고라 하기엔 아직…"
◆기업과 국가 브랜드 가치 동시에 높여야


그러나 인도가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시장으로 부상한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이고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까지 인도 시장을 노크해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2007년 4월 총 500억달러를 투자해 2015년까지 인도 델리와 뭄바이를 연결하는 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밝힌 뒤 발전소 고속철 항만 등을 건설하고 있다. 양국 간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한 뒤 내수시장 공략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일이라고 현지 주재원들은 입을 모은다. 아직까지 인도에서는 한국 것을 쓰면서도 '최고'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

인도에서 20년 이상 산 박정희 하나여행사 사장은 "인도인들은 일본 것이 더 좋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기 때문에 품질은 일본 못지않고 저렴한 한국 것을 쓴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실제 휴대폰의 경우 인도에서는 노키아가 가장 좋다는 인식이 여전하다. 뭄바이 히라 판나(Heera Panna) 쇼핑센터에서 휴대폰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디페시(27)는 "삼성 휴대폰은 젊은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라면서도 "아직은 성능이 비슷해도 삼성보다 노키아 선호도가 훨씬 높다"고 털어놨다.

인도인 가운데는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가 아직 한국 기업인 줄 모르는 사람도 많다. 또 한국을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싱가포르와 같은 작은 도시국가로 아는 경우도 적지 않아 정부 차원의 브랜드 가치 제고가 필요한 상황이다.

뭄바이=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