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로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슬론경영대학원 교수(사진)는 "기업들이 정상적인 현금 흐름 이상의 과도한 환 헤지를 시도하면서 통화옵션 상품인 키코(KIKO)의 손실이 커졌다"고 22일 말했다. 로스 교수는 이날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기업이 보유한 외화자산이나 수출금액 이상의 규모로 키코를 계약했다면 이는 헤지라기보다는 도박으로 봐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키코 계약에서 대규모 손실이 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키코 피해 기업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로스 교수는 "환율이 일정 범위를 벗어나 상승했을 때 기업이 손해를 입는다는 키코 계약의 내용은 전문적이거나 복잡한 것이 아니다"며 "환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키코 계약을 했던 기업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로스 교수는 자산가치 평가에 관한 3대 이론 중 하나인 재정가격결정이론을 개발한 금융공학자다. 지난 21일 키코 관련 소송에서 은행 측 증인으로 출석,키코 계약이 기업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것은 아니라는 요지의 증언을 했다.

이에 앞서 기업 측 대리인으로 나섰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엥글 뉴욕대 교수는 "키코는 환헤지에 부적합하고 기업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부적절한 계약"이라고 주장,석학들의 대리전으로 주목을 끌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