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를 낀 집을 대출받아 살 때는 은행의 담보인정비율(LTV) 등이 달라지기 때문에 사전에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은행의 경우 담보인정비율이 낮기 때문에 대출을 한푼도 받지 못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제2금융권 등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전세금 뺀 만큼만 담보로 인정

전세를 끼고 대출을 받을 때는 전세 보증금을 뺀 액수를 LTV로 인정받는다. 예컨대 10억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하는데 그곳에 2억원의 보증금을 준 전세자가 살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시중은행들은 수도권 투기지역의 경우 담보액의 40%까지,비투기지역은 60%까지 대출해주기 때문에 이 아파트가 비투기지역에 있다면 산술적으로 최대 6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은행들은 6억원에서 전세 보증금 2억원을 뺀 4억원까지만 대출해준다. 은행의 입장에서 보기에 전세 보증금 2억원이 선순위 채권(부도가 났을 때 먼저 배상해줘야 하는 돈)이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또 대출자의 소득 등을 감안해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적용하므로 실제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돈은 이보다 적다.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2일 현재 국민은행 기준 연 4.64~5.94%다.

시중은행에서 원하는 만큼 돈을 빌리지 못했다면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을 이용해볼 수 있다. 저축은행의 LTV는 시중은행보다 10%포인트 높다. 그만큼을 더 후순위로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비투기지역 10억원짜리 아파트의 경우 시중은행에서 LTV 60%를 적용해 6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는데 저축은행의 경우 LTV 70%를 적용해 7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시중은행에서 선순위로 돈을 빌리고 저축은행에서 후순위로 대출을 받는다면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시중은행에서 대출한 6억원이 선순위 채권이기 때문에 그만큼을 뺀 1억원까지만 빌려준다.

시중은행을 거치지 않고 저축은행에서만 대출받으면 통상 연 8~11%의 주택담보대출 이자율을 적용받는다. 하지만 후순위로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리면 연 10~12%의 금리를 물어야 한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위해 저축은행을 찾는 고객의 대부분이 시중은행에서 먼저 돈을 빌리고 저축은행에서는 후순위 대출을 하려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자 부담 줄이려면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중요한 것이 거래 실적과 신용도다. 동일한 담보 물건으로 대출을 받더라도 거래 실적에 따라,신용도에 따라 이자 부담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평소 주거래 은행을 정해 놓고 꾸준히 거래를 했다면 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을 이용할 수 있다. 은행들이 거래 실적에 따라 고객을 차등 대우하기 때문이다.

거래 실적이란 해당 은행의 신용카드가 있는지,예 · 적금 등 수신상품을 이용하고 있는지,월급 통장이 있는지 등이다. 은행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시중은행들은 실적이 좋은 고객에게 0.2~0.7%포인트 정도 이자를 깎아주는 게 일반적이다. 정기 예 · 적금,퇴직연금 등 은행들이 판매하고 있는 수신상품 가입 여부가 중요하다. 해당 은행의 예 · 적금 통장이 있다면 통상 0.1~0.2%포인트의 금리 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최근 들어서는 퇴직연금 상품의 금리 우대폭이 커지고 있는 추세다. 은행에 따라 최대 0.3%포인트까지 금리를 할인해준다.

해당 은행 신용카드가 있거나 신규로 발급받으면 일반적으로 0.1%포인트 정도의 금리 우대 혜택이 있고 카드 결제 계좌까지 해당 은행 통장으로 지정하면 추가로 0.2%포인트 인하해준다. 수도요금,전기요금 등 각종 공과금이나 아파트관리비 등을 해당 은행 통장으로 자동이체해 놓아도 거래 실적을 쌓을 수 있다. 이체하는 항목에 따라 0.1~0.2%포인트 정도의 이자를 감면받을 수 있다.

은행들은 대출을 해주기 전 자신들과의 거래 실적 외에도 신용정보회사(CB)들이 제공하는 연체 정보를 참고한다. 따라서 평소 신용등급을 관리하지 않으면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로 대출을 받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신용등급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소액이고 단기간이라고 하더라도 연체가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카드 결제대금이나 대출이자는 물론 세금도 장기간 고액을 체납하면 신용등급이 떨어진다. 은행 거래를 아예 안 한다거나 신용카드가 아닌 현금만 쓰는 것도 좋지 않다. 금융사들은 거래 실적이 없는 고객에게는 정보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높은 신용등급을 주지 않는다. 필요한 거래는 하되 대출이자나 카드대금을 연체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갚아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