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은 밤을 꼬박 지샌 자에게만 온다.

낙타야.모래 박힌 눈으로

동트는 地平線을 보아라.

바람에 떠밀려 새 날이 온다.

일어나 또 가자.

사막은 뱃속에서 또 꾸르륵거리는구나.

지금 나에게는 칼도 經도 없다.

經이 길을 가르쳐 주진 않는다.

길은,가면 뒤에 있다.

단 한 걸음도 생략할 수 없는 걸음으로

그러나 너와 나는 九萬里 靑天으로 걸어가고 있다.

나는 너니까.

우리는 自己야.

우리 마음의 지도속의 별자리가 여기까지

오게 한 거야.

-황지우 '나는 너다' 전문

영화 ‘아바타’의 ‘나는 너를 본다’는 대사가 떠오른다. 남자 주인공 제이크 설리와 여자 주인공 네이티리가 서로의 눈빛에서 진심을 확인했다면서 하는 말이다. ‘구만리 청천으로 걸어가는 나와 너’는 판도라 행성에서 이뤄지는 인간과 나비족의 러브스토리만큼 유쾌한 상상력 코드를 갖고 있다. 누구도 길은 가르쳐 주지 않고, 앞서 나가면 뒤에 남는 게 길이라는 구절은 상상력이 세상을 연다는 말로 들린다. 제임스 카메룬 감독에게 이 시를 읽히고 싶은 마음이 든다.

남궁 덕 문화부장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