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이 해외 수주 기대와 정연주 최고경영자(CEO) 효과 등을 호재로 1년반 만에 최고가로 치솟았다.

특히 기관투자가들은 '삼성전자의 대안주'라는 평가를 내리고 올 들어 매일같이 삼성물산 주식을 공격적으로 사들이며 강세를 이끌고 있어 주목된다. 올해 기관의 순매수 물량은 395만주로 이 회사 총 발행주식 수의 2.5%를 넘는다.

삼성물산은 20일 4.01% 급등한 6만4900원으로 마감했다. 5일 연속 상승세로 2008년 6월11일(6만5700원) 이후 1년반 만에 가장 높은 수준에 올랐다. 지난달 1일(4만4750원) 이후 1개월반 정도의 기간 중 상승률은 45%를 넘고 있다.

이 같은 삼성물산의 강세는 지난달 27일 두바이 원자력발전소 수주를 시작으로 해외 대형 수주가 잇따를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삼성물산 컨소시엄은 캐나다 온타리오 주정부가 발주한 6조원 상당의 풍력 및 태양력 발전 단지 건설 수주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광수 한화증권 연구원은 "두바이에 이은 이번 캐나다 발전소 건설 수주는 해외 발전소 분야에 삼성물산이 주도권을 갖고 있다는 인식을 확산할 것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삼성물산의 해외수주가 작년까지는 부진했지만 세계경기 회복으로 올해 인프라 개발이나 발전소 건설 등이 활발해지면서 이 회사의 수주도 크게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 같은 분석을 바탕으로 삼성물산의 목표주가를 이날 종가보다 26% 이상 높은 8만2000원으로 제시했다.

여기에 시장에선 삼성엔지니어링을 세계적인 회사로 올려놓은 정연주 신임 사장의 취임에 따른 'CEO 효과'에 대한 기대도 높다.

유럽계 증권사인 CLSA증권은 "정 사장이 삼성그룹에서 역할이 커지고 있는 삼성물산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것"이라며 "주가를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증권사는 올초 제시한 7만4000원의 목표주가를 그대로 유지하고,두산 SK텔레콤 LG전자 코리안리와 함께 올해 꼭 사야 할 5개 종목에 삼성물산을 포함시켰다.

기관의 공격적인 매수는 주가 강세를 직접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높은 주가에 부담을 가진 기관들은 삼성물산을 대안주로 삼아 올 들어 이틀을 제외하고 매일같이 이 회사 주식을 담고 있다.

한 펀드 매니저는 "삼성전자는 주가가 많이 올라 펀드의 보유한도를 초과한 상태여서 삼성전자 지분 4%를 가진 삼성물산을 대신 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주식을 가장 많이 들고 있는 곳은 지분율이 7%에 달하는 삼성생명이지만,삼성생명은 비상장사여서 상장사 중에선 삼성물산의 지분율이 가장 높다.

하나대투증권은 삼성전자 주가가 국내외 증권사의 평균 목표주가인 100만원으로 오르면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의 지분 가치만으로도 주가가 9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증권사는 삼성물산 목표주가를 전 증권사 가운데 가장 높은 8만5000원으로 제시하고 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