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과 화려한 무대매너로 유명한 소프라노 신영옥씨(49)는 사실 특별한 취미가 없었다. 술도 마시지 못하고 카페인 섭취를 꺼려 커피도 냄새만 맡는다. 미혼인 그는 친구들과 어울릴 때도 목을 보호하기 위해 수다를 잠깐 떠는 데 그쳤다. 그에게는 오직 노래뿐이다. 그런데 그의 삶에 최근 변화가 생겼다.

해외 공연때마다 꼭 챙겨야 하는 물건이 생긴 것.수지침과 아이폰이다. 이 두가지 없이는 이제 음악 여행을 못할 정도다. 신년음악회 전국 투어를 열고 있는 신씨는 수지침의 '전도사'를 자처했다.

그는 "귀국 첫날 위 경련이 있어 양약을 먹었는 데도 계속 토하는 등 효과가 없어서 직접 수지침을 놓았는데 바로 나았다"며 웃었다. 수지침을 배운 지는 석 달 남짓.지난해 3월 국내에서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을 공연하던 중 오른손 뼈가 부러졌다. 이후 깁스 치료를 했지만 팔의 움직임이 불편해 수지침을 찾은 게 인연이 됐다.

처음에는 작은 언니에게 배웠고 관련 서적 10여권을 구입해 수지침 삼매경에 빠졌다. 지금은 모든 혈을 외울 수 있을 정도다. 그는 "특히 컴퓨터를 자주 이용해 어깨가 결리는 회사원은 가운데 손가락 두번째 마디 바로 밑을 지압해 주면 어깨 결림이 풀릴 것"이라며 국내 팬들이 꼭 알아야한다고 했다.

신씨가 수지침만큼이나 애용하는 '아이템'은 아이폰이다. 미국에서 개통한 휴대폰이라 국내에서는 통화용으로 사용할 수 없지만 이번 내한 공연에 굳이 갖고 왔다. 아이폰의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에 쏙 빠져버린 것.그는 아이폰 구입 후 관련 서적을 구입해 공부하고도 부족함을 느껴 미국에서 아이폰 이용 강의를 찾아 듣기도 했다.

신씨는 "아이폰의 애플리케이션 세상은 전에는 겪어보지 못한 신세계였다"고 설명했다. 그가 자주 애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은 성경책을 쉽게 볼 수 있는 프로그램과 자연의 소리로 숙면을 유도하는 프로그램이다. 국내에 머물면서도 숙면 유도 프로그램을 매일 이용했다.

사실 수지침이나 아이폰은 그에게 단순한 취미를 넘어선다. 심신의 원기회복을 도와줘 최고의 컨디션으로 무대에 오르게 하는 데 '1등 공신'이다. 올해로 세계 무대 데뷔 20주년을 맞는 신씨가 기량을 잃지 않고 최고의 공연을 선사할 수 있는 것은 이런 '사소한' 취미생활 때문이기도 하다.

20년 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에서 오페라 '세미라미데'로 데뷔한 이후 세계 유수의 무대에 선 그가 20주년 공연을 앞두고 신년음악회로 먼저 국내 팬을 찾았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는 신년음악회에 맞게 희망적이고 밝은 곡들을 주로 부른다"고 설명했다. 프로그램은 구노의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 중 '꿈 속에 살고 싶어라',도니제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 중 '신비로운 이 묘약',조두남의 '뱃노래'와 '새타령' 등이다.

그는 "올 가을에는 세계 무대 데뷔 20주년 공연을 갖고 기념음반을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신년음악회는 서울 예술의전당(29일),대구 계명아트센터(2월2일),순천문예회관(2월5일) 등에서 열린다. (02)529-1923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