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핏 보면 휘발유차와 다를 게 없다. 굳이 따지자면 날렵하지 않고 좀 둔탁한 느낌을 준다고나 할까. GM이 올해 말부터 양산에 들어갈 전기차(정확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볼트(Volt)'를 본 첫인상은 그랬다. 휘발유 1ℓ로 100㎞를 간다고 해서 세상을 놀라게 한 자동차치고는 오히려 평범했다. 내부도 비슷했다. 차를 모는 느낌도 다르지 않았다.

휘발유차와 전혀 다르지 않는 차.바로 이 점이 미국 미시간주 워런에 있는 GM테크니컬센터에서 만난 볼트의 장점이었다. 휘발유차와 같은 성능을 내면서도 휘발유가 거의 들지 않는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볼트를 시승하는 첫 번째 한국인"이라는 GM관계자의 설명을 들으며 볼트를 운전해본 느낌은 이랬다.

◆공기저항을 최소화한 외관

볼트의 외관은 묵직하다. 배터리가 들어 있는 아래쪽에 무게중심이 있음이 느껴진다. 날씬함을 기대했는데 약간은 실망스럽다. 차에 장착된 배터리 무게만 181㎏.길이는 1.8m나 된다. "이만한 배터리를 싣고 속도를 내려면 공기저항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디자인을 주도한 김영선 GM 디자이너의 설명이다.

공기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는 아이디어는 외관 곳곳에 배어 있다. 전면부의 그릴은 아예 막아버렸다. 차를 지나간 공기가 뒤쪽에서 차를 끌어당기는 현상을 줄이려 스포일로 위치도 약간 높게 잡았다. 전면부와 후면부의 경사도 다소 급하게 떨어뜨렸다.

내부에서는 계기판이 두드러졌다. 계기판에는 유류량 대신 전기 충전 상태와 배터리잔량을 알려주는 눈금이 있다. 콘솔박스는 뒷좌석까지 이어졌다. T자모양의 배터리팩을 바닥에 장착하다 보니 일부가 위로 튀어 나왔다. 이에 따라 뒷좌석을 2인승으로 고정하고 중간에 콘솔박스를 만들었다. 준중형급이지만 4인승인 이유이기도 하다.

◆떨어지지 않는 성능

비행기 랜딩기어를 연상케 하는 기어레버를 당기자 차가 앞으로 나아갔다. 아무런 소리도 없다. 내연기관이 돌아가지 않으니 당연하다. "부르릉"하는 소리에 익숙했던 사람으로선 신기할 수밖에 없었다. 가속페달을 밟으니 반응이 즉각 나타난다. 내연기관의 연소과정이 생략되는 전기모터이다 보니 즉각적으로 높은 토크를 제공하는 덕분이라는 게 옆에 앉은 전문 드라이버의 설명이다.

제한된 거리로 인해 속도를 맘껏 높일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쉽게 60~80㎞까지 다다르는 걸 보니 주행성능도 양호하다. 'S(스포츠)모드'로 놓으니 힘은 더욱 세진다. 최대 출력과 최대 토크는 각각 150마력과 37㎏ · m라고 한다. 이런 식이라면 회사 측 설명대로 최고 시속 161㎞까지 너끈히 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제동도 탁월했고 코너링도 유연했다.

두 번째로 몰아본 볼트는 첫 번째 볼트와는 약간 달랐다. 가속 페달을 밟자 "윙"하는 소리가 난다. 전문 드라이버를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자 "휘발유 모드"라는 설명이 돌아온다. 볼트는 전기충전만으로 64㎞를 달린다. 배터리가 방전되면 휘발유엔진이 발전기를 가동해 배터리를 충전한다. 두 번째 탄 볼트는 전기배터리가 방전된 상태였다. 그러다 보니 발전기 돌아가는 소리가 "윙"하니 들렸던 것.하지만 소리는 내연기관이 구동하는 소리보다는 작았다.

◆가장 현실적인 전기차…가격이 문제

볼트는 휘발유차와 순수전기차의 단점을 보완했다. 가정에서 한 번 충전하면 64㎞를 갈 수 있다. 240볼트의 경우 3시간,120볼트의 경우 8시간이면 충전할 수 있다.

소형 전기차의 최대 단점은 배터리가 방전됐을 경우다. 급속충전소가 없으면 차를 운행할 수 없다. 볼트는 이를 휘발유 엔진을 통한 배터리 재충전방식으로 보완했다. 별도의 충전소가 없어도 최대 480㎞까지 갈 수 있다.

문제는 가격이다. GM이 내부적으로 책정한 가격은 4만5000달러 안팎.정부보조금 등을 감안하면 3만달러 초반에서 판매값이 정해질 전망이다. 비슷한 성능을 가진 자동차값은 1만5000달러 수준.과연 배나 되는 돈을 주고 이를 살 소비자가 얼마나 있을지가 볼트의 운명을 가름할 전망이다.

워런(미시간)=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