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 판교의 애플라인드 본사 사장실에는 '2009우리투자증권레이디스챔피언십' 프로암대회와 '2009휴니드KLPGA 자선골프대회' 우승 트로피가 놓여 있다. 기능성 의류업체 애플라인드의 김윤수 사장(51 · 사진)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가운데 외도(?)해서 타온 전리품들이다. 김 사장은 "라운드를 마치고 돌아올 때 '굿샷' 하나만 기억한다"며 즐기는 골퍼의 전형을 보여준다.

20여년간 의류업에 종사해온 김 사장은 1996년 여름 친구들과 첫 라운드를 했다. 실내연습장에서 20일간 기초를 배운 뒤 출격했는데 파3홀에서 버디를 기록했다. "파3홀에서 두 번 만에 볼을 홀에 넣었는데 동반자들이 '버디'라고 해서 '잘한 거구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어리벙벙한 상황이었습니다. "

김 사장은 그 이후 2000년까지는 일주일에 두세 번 연습장에 다닐 정도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골프 열정을 보였다. "당시는 무조건 잘쳐야 했어요. 생각대로 안 되면 스트레스였죠.그런데 회사 업무가 바빠지면서 자연스럽게 골프장에 갈 일도 줄고 서서히 골프에 대한 생각 자체가 바뀌었어요. "

김 사장은 요즘 드라이버샷 어드레스 때가 가장 기쁘다고 했다. "볼이 어디로 갈지 상상해보는 것이 재미있어요. 잠시 후면 페어웨이에 올라갈 수도 있고 러프나 해저드에 놓일 수도 있어요. "

그는 OB가 나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요즘 연습장에서는 이상하게 볼이 잘 안 맞아요. 구력이 14년 됐는데도 다들 초보인 줄 알아요. 스트레스 안 받고 편안하게 즐기는 게 좋지 않나요. "

김 사장은 드라이버샷 거리가 260야드를 웃도는 장타자다. 지난해 11월 유소연 프로와 라운드할 기회가 있었는데 드라이버샷 거리가 유 프로에게 뒤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의 드라이버샷은 교과서적인 스윙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백스윙 때 오른발에 체중의 90%가 쏠리고,고개도 약간 오른쪽으로 뉘어져 있다. 볼을 보는 시간이 많아 상대적으로 방향성도 좋고 거리도 많이 나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그립은 가볍게 잡아야 하고 아이언은 무조건 찍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7번 아이언샷을 150m 정도로 멀리 보내지만 동반자들이 말하는 그의 특기는 퍼트다. 그가 볼을 그린에 올려놓기만 하면 동반자들은 긴장한다는 것."머리 올린 날부터 내기를 한 때문인지 퍼트는 아주 신중하게 합니다. 퍼트라인을 볼 뒤와 옆에서 보면서 방향성과 거리감을 익힙니다. 저는 미는(push) 퍼트가 아니고 딱 때려 치는 퍼트를 하기 때문에 친구들이 '귀싸대기 퍼트'라고 부릅니다. 퍼트에는 왕도가 없고 자신만의 감을 익히는 게 좋은 것 같아요. "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