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메르세데스 벤츠의 역사를 알기 위해서는 100여년의 시간을 되돌려 세 명의 여인을 만나야 한다. 1883년 엔지니어 칼 프리드리히 벤츠는 자동차를,'내연기관의 아버지' 고틀리에프 다임러는 고속 엔진을 개발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두 엔지니어가 각자의 이름을 내걸고 만든 회사는 43년이 지나서야 만나게 된다. 1926년 '벤츠 앤 씨에'와 '다임러 모토른 게샬프트(DMG)'라는 두 회사의 합병을 통해 오늘의 메르세데스 벤츠가 탄생한다.

벤츠의 상징인 '삼각별' 로고 탄생에는 다임러의 첫 번째 부인의 역할이 컸다. 다임러가 회사 창립 전 가스기관 제작공장에서 기술지도자로 일하던 당시,아내에게 보낸 엽서에 별을 그려 넣은 게 시작이다. 그는 아내에게 자신의 사업이 번창하게 될 것을 다짐하며 별을 그렸다.

이후 1890년 다임러는 자신의 회사 DMG를 설립하며 새로운 심벌을 찾느라 고심한다. 이때 다임러의 두 아들은 엽서에 그려 넣었던 별들을 떠올렸고,삼각별은 벤츠의 상징이 된다. 다임러가 남긴 '정표'는 2009년 미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가 선정한 2009년 글로벌 브랜드 조사에서 약 240억달러(약 28조원)의 가치를 인정받게 된다.

메르세데스라는 차 이름은 다임러의 두 번째 부인 덕분이다. 사랑했던 아내와 사별한 다임러는 60세가 넘어서야 재혼한다. 다임러에게서 자동차 판매권을 넘겨받은 처남은 보다 매력적인 차 이름을 고민하던 중 자신의 딸에게 구애하는 청년의 말을 엿듣는다. 청년은 딸의 이름 '메르세데스'가 타고 있는 차만큼이나 아름답다고 칭송한다. 다임러가 죽기 한 해 전인 1899년,그 이름을 고스란히 가져온 메르세데스 차량은 그 해 레이싱대회를 휩쓸며 전 유럽에 이름을 알리게 된다.

세 번째 여인은 다임러의 힘을 빌려 세계 최초의 자동차회사를 만든 주인공이다. 프랑스 한 사업가의 미망인 루이스 사라쟁은 다임러에게 접근해 그가 만든 엔진을 얹은 자동차를 판매할 권리를 취득한다. 사라쟁은 이후 남편의 친구였던 사업가 에밀 르바소와 재혼하며 1889년 세계 최초의 자동차 메이커 '파나르 르바소'를 함께 설립한다. 다임러가 DMG를 설립하기 1년 전이다. 호사가들이 '다임러가 사라쟁에게 자극을 받았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이유다.

이제는 부의 상징이 된 '삼각별' 로고에 다임러는 '육지,바다,하늘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포부'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그 속에는 지금의 벤츠가 있게 된 '숨은 공로자',세 명의 여인들 또한 남아 있다.

이진석 한경닷컴 기자 ge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