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품 약탈·폭동 조짐…한국, 지원금 1000만弗 늘려
반기문 총장, 복구현장 방문 "희망 잃지 말라"
한국 정부도 18일 아이티 피해 복구 지원금을 1000만달러로 확대하기로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아이티의 지진 피해가 생각보다 큰 데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고려해 아이티에 민 · 관 합동으로 1000만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발빠른 미국,속타는 유럽
유럽연합(EU)에선 "왜 미국처럼 발빠르게 통큰 원조를 제공하지 못하느냐"는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영국 일간 데일리 메일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비롯해 전직 대통령인 부시와 클린턴까지 아이티 구호를 통한 이미지 쇄신과 국익 추구에 앞장서고 있다"며 "EU 측 인사들의 움직임은 신통치 않다"고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뉴스위크 최신호에 실린 대국민 호소문에서 "미국이 아이티 재건을 위한 인도주의적 노력을 주도할 것"이라며 "미국민 모두가 동참해달라"고 강조할 정도로 아이티 문제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국 시민사회도 구호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 마이애미 가톨릭교회와 사회복지 및 교육당국은 지진 참사로 고아가 된 아이티 어린이 수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임시보호시설을 마련했다.
미국이 아이티 구호 주도권을 강화하고 나서자 지난 13일 1차로 300만유로를 구호금으로 지원한 EU는 18일 브뤼셀에서 긴급장관회의를 열고 총 4억유로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1000만달러의 구호금을 제시한 영국도 이날 3200만달러로 액수를 3배가량 높였다. 중국은 이날 1300만위안(약 190만달러)어치의 구호품을 아이티에 전달했고 중남미 인접국인 쿠바도 10t의 의약품과 450명의 의료진을 지원했다.
아이티 구호를 둘러싼 국가 간 패권 싸움이 가열되는 가운데 정작 구호활동은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비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지에 따르면 아이티 주민들은 "미국은 군인 말고 구조대원과 의료진을 지원하라"며 아우성치고 있다. 현재 1만여명의 미군이 아이티에 급파됐지만 구조대원 수는 27개국 1500여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무정부상태에 빠진 아이티의 질서 유지를 위해 대규모 미군이 파견됐지만 무장한 갱단과 탈옥수들의 구호품 약탈과 습격 등으로 치안은 갈수록 불안해지고 대규모 폭동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완전 복구엔 5년 걸릴 듯
교통과 통신 인프라 붕괴와 여진 공포,섭씨 30도를 넘나드는 무더위로 물과 식량,의약품 등 구호품 전달 작업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완전 복구에는 최소 5년이 걸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900만명의 아이티 인구 중 3분의 1인 300여만명이 지진 피해를 입었고 갈 곳 없는 홈리스들은 30만명에 육박한다. 7만여구의 시신이 매장과 화장 등으로 처리됐지만 여전히 길거리 곳곳에는 썩어가는 시신들이 나뒹굴고 있는 상황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17일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폐허가 된 5층짜리 유엔건물 붕괴 현장을 찾아 "유엔 세계식량프로그램이 2주 안에 100만명분의 식량을 공급할 것"이라며 "희망을 잃지 말라"고 말했다.
한국 119 구조대원들도 이날 현지에 도착해 본격적인 구조작업에 착수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제안한 원조공여국 회의는 오는 25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릴 예정이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