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가 탄력을 받으면서 수요자들의 관심이 재건축 아파트로 쏠리고 있다. 일반아파트 시세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가운데 재건축 아파트만 오름세를 보이자 '당장이라도 재건축 아파트에 투자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목소리도 투자자들 사이에서 들린다. 하지만 대답은 '그때그때 달라요'다. 투자를 할지 말지 망설이는 입장에서는 헷갈릴 수 있는 말이다. 지금의 재건축 매매가 상승세가 2006년 대세 상승기나 지난해 상반기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재건축도 지역별 온도차 커

표면적으로 나타난 현상으로는 재건축 아파트 매매 시장에 활기가 도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까지 하락을 거듭하던 강남권 4개구(강남,서초,송파,강동)재건축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은 지난달 초부터 본격적인 반등에 들어가 지난해 연말부터는 주간상승률이 0.2~0.3%를 넘나들고 있다. 주간변동률 0.05% 이하까지는 일반적으로 안정세로 판단하지만 그 이상은 불안하다는 징후로 보는 만큼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는 수치상으로는 크게 오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내용을 조금만 꼼꼼히 들여다보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지난주의 재건축 시황만 들여다보면 상황 파악이 가능하다. 서울시내 재건축아파트 매매가는 0.21% 올랐지만 강동구가 0.79% 올랐을 뿐 서초구(0.02%)와 송파구(0.01%)는 거의 변동이 없었다. 강동구에서도 사업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둔촌주공 3,4단지와 고덕주공 3,5단지의 매매가가 크게 상승했을 뿐 나머지 단지들은 비교적 잠잠한 분위기다. 다시 말해 일부 재건축 단지의 시세가 호재를 등에 업고 오르면서 재건축 아파트의 전체 가격 변동률도 밀어올리고 있지만 국지적인 수준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시장 안팎에서는 최근의 재건축 매매가 오름세를 보고 '상승세를 탔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전문가들은 거의 없다. 김은경 부동산114 부장은 "몇몇 단지가 크게 오르면서 재건축 아파트의 시세가 상승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조사해보면 아직 큰 움직임이 없는 단지가 더 많아 일종의 착시현상"이라며 "호가가 한 번 오르면 추격 매수세가 잘 붙지 않는 등 시장 분위기도 대세 상승기와는 다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호재도 호재 나름

그렇다면 호재가 있는 아파트를 골라서 사면 어떨까. 실제로 최근 안전진단에 들어간 잠실주공1단지나 조합설립인가가 난 둔촌주공1단지를 지난해 11월에 매입했다면 현재 매매가를 기준으로 5000만~6000만원까지 가격이 오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라도 호재의 종류와 성격에 따라 투자의 성패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2월 말에서 3월께 정밀안전진단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10월 중순부터 정밀안전진단 호재가 보도되면서 가격이 2000만~3000만원 올랐지만 지금은 한 달 전을 기준으로 5000만~6000만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작년 말 10억원 초반을 호가했던 102㎡형(31평형)은 현재 9억8000만원까지 내려갔다. 12억5000만원까지 호가가 형성됐던 112㎡형(34평형)도 11억원 후반까지 떨어졌다. 1월로 예상됐던 안전진단 결과 발표가 계속 연기되면서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믿었던 호재가 악재로 바뀔 수도 있는 상황이다.

확실한 호재라 하더라도 그 자체가 어느 정도 가격에 반영됐을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둔촌주공1단지는 조합설립 인가설이 나오면서 지난해 11월부터 집값이 꿈틀거렸지만 정작 조합설립 인가가 난 지난 연말 전후로는 가격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

◆냉정하게 접근해야

이를 종합해 보면 올해 재건축 아파트는 전체적인 시장 흐름보다 국지적 호재에 개별 단지가 등락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여의도 및 압구정 지구에 대한 초고층 계획안 발표,개포지구에 대한 용적률 상향 여부 결정 등 호재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호재성 장세에도 각각의 호재를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냉정함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안전진단결과 발표를 앞둔 중층 재건축아파트의 경우 단기적으로는 안전진단 통과가 호재로 작용할 수 있지만 소형아파트 의무비율 등의 규제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기 힘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일부 세대가 재건축을 통해 오히려 집 크기를 줄여 가야 하는 상황에서 수익률도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 저층 재건축단지는 상대적으로 사정이 낫지만 이런 조건의 차이도 이미 시세에 반영되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수억원이 들어가는 재건축 투자에서 투자 금액과 이후에 납부할 것으로 예상되는 분담금을 합한 금액이 재건축 후의 시세보다 1억~2억원은 낮아야 기회비용까지 감안한 실질적인 수익을 얻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