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월가를 뒤흔들었다. '(포브스) '인텔이 블록버스터급 실적을 발표했다. '(CNN머니)

세계 최대 반도체업체 인텔이 지난 4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한 106억달러로 시장 예상치(102억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또 순익은 작년 4분기보다 10배 급증한 23억달러에 달했다. 작년 2분기 22년 만에 첫 적자(3억9000만달러)에서 부활에 성공한 것이다.

스테이시 스미스 인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세계 정보기술(IT) 수요가 2008년 추락을 거듭한 뒤 최근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인텔 효과에 힘입어 15일 아시아 증시는 동반 강세를 보였다.

뉴욕타임스(NYT)는 15일 "경기침체기에 오히려 투자를 늘리는 인텔의 과감한 베팅이 적중했다"며 "작년 2월 사상 최대 규모인 70억달러를 들여 더 작고 빠른 32나노 칩 생산시설을 건설하는 등 아낌없는 투자에 나선 것이 깜짝실적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인텔은 32나노 칩을 이달 중 선보일 예정이다.

경기침체 여파로 PC 수요가 감소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넷북 등 저가 PC를 중심으로 판매가 꾸준히 증가한 점도 인텔 실적에 단비로 작용했다. 넷북과 스마트폰 등에 주로 들어가는 인텔의 저가형 중앙연산처리장치(CPU)인 '아톰' 프로세서 매출은 지난해 14억달러로 급증했다. 작년 말 마이크로소프트(MS)의 새 컴퓨터운영체제(OS)인 '윈도7'이 출시되면서 PC 교체 수요가 늘어난 점도 세계 최대 CPU업체인 인텔의 매출을 끌어올리는 호재가 됐다.

전문가들은 인텔의 실적 개선이 세계 경제의 바로미터인 미국 소매경기 회복을 알리는 신호탄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작년 4분기 미국 내 PC 판매는 207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했다.

기타가와 미카코 가트너 애널리스트는 "PC 시장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라며 "가격에 민감해진 소비자들이 넷북 등 저가 PC 구입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인텔의 깜짝 실적이 "세계 IT업계가 호황기에 재진입하고 있다"는 신호로도 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올해 세계 PC 시장 규모는 3억2000만대로 작년보다 약 8%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가트너 등 다른 조사기관에서도 올해 PC 수요가 최대 18%가량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국내에선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의 수혜가 기대된다. 지난 7일 4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에서만 1조5000억원에 이르는 영업이익을 내며 PC 수요 증가 혜택을 톡톡히 누렸다.

이날 아시아 증시는 동반 강세를 보였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0.68% 오른 1만982.10에 장을 마쳤다. 대만 가권지수는 0.81% 오른 8356.89,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27% 뛴 3224.15에 마감했다. 한국 코스피지수도 1700선 고지를 탈환했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