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금융위기 주범으로 지목된 월가의 대형 금융사들에 '금융위기 책임 수수료'를 물리기로 했다. 금융사들은 사실상의 징벌적 과세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14일 '금융위기 책임 수수료(Financial Crisis Responsibility Fee)'부과 방침을 발표하면서 "월가 금융사에 지원한 국민 혈세(구제금융)를 모두 돌려받겠다"고 밝혔다. 구제금융 손실분과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앞으로 10년간 자산 500억달러 이상의 50대 대형 은행들에 부채 노출도에 따라 '수수료'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른 징수 규모는 총 9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수수료 징수는 의회 승인을 받아야 집행이 가능하다.

그는 "월가 은행들을 벌주자는 게 아니라 또 다른 잘못과 남용을 방지하자는 것"이라며 "은행들이 가당치 않게 대규모 보너스를 임직원들에게 지급할 정도면 지원된 국민의 혈세도 모두 돌려줄 수 있지 않으냐"고 날을 세웠다. 그는 "은행들은 국민에게 빚을 지고 생존하고 있으나 국민들은 아직도 경기침체로 고통받고 있다"면서 "수수료를 회피하기 위해 로비스트 변호사 회계사를 동원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월가 로비단체인 파이낸셜서비스라운드테이블(FSR)의 스콧 탤벗 수석부회장은 "정치가 경제를 압도하고 있다"며 "세금 부과는 부실자산구제계획(TARP)에서 받은 구제금융을 모두 상환했거나 구제금융을 전혀 받지 않은 금융사들에는 징벌적 과세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도 전날 의회의 금융위기조사위원회 청문회가 끝난 뒤 "세금으로 벌주려는 것은 나쁜 아이디어"라고 주장했다. 반면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금융 개혁을 완성하려는 미국의 정치적 의지가 살아 있다는 것을 전 세계에 보여주는 시그널"이라고 밝혔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