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가의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의회 청문회에 섰습니다.이들은 월가발 금융위기가 발생한데 대해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미국 의회 금융위기조사위원회(FCIC)는 13일부터 이틀간 일정으로 미국발 금융위기와 관련해 금융사 수장들로부터 증언을 청취하고 있습니다.첫째날 청문회에는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CEO,브라이언 모이니언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CEO,존 맥 모건스탠리 CEO가 참석했습니다.

의원들을 향해 첫 포문을 연 민주당 소속의 필 안젤라이드 금융위기조사위원장은 날카로운 질문들을 퍼부었습니다.

그는 위기가 발생하도록 금융사들은 뭐를 했느냐,위기관리에 있어 가장 중요하고 태만했던 사례들을 들어달라 △실수를 했다면 사후에 실수와 관련한 내부적인 연구를 해 봤느냐 △금융위기 주범인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소비자들에게 판매해 놓고선 모기지 관련 증권이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투자한 것은 결국 모럴해저드적인 이행상충 행태 아니냐고 따져물었습니다.

이에 대해 모건스탠리의 존 맥 CEO는 되돌아보면 여러 금융사들이 과다하게 차입을 해서 무모하게 투자를 했고,급변하는 금융환경에서 그런 위기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자원이 충분치 않았다고 실토했습니다.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CEO도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는 월가와 정책 입안자들이 금융위기의 원인을 정직하고 철저하게 규명해 금융위기가 반복돼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그는 특히 골드만삭스를 포함해 어떤 금융사도 앞으로 대마불사가 용인되서는 안된다고 덧붙였습니다.

금융사 CEO들은 그러면서도 의원들에게 할 말은 다하는 모습이었습니다.정부의 규제정책과 의회의 위기조사에 불만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CEO는 브레이크가 고장난 줄 알면서도 중고차(서브프라임 모기지 상품)를 소비자들에게 팔고,동시에 중고차 매입자를 위한 보험을 든 것과 같은 기만적인 투자행태 등을 공개하라는 요구에 그렇게 할 법적인 의무가 없다고 맞받았습니다.

블랭크페인은 또 이번 금융위기를 허리케인이나 신이 결정한 행위와 비슷하다고 말했다가 안젤라이드 조사위원장으부터 인간들의 실수 때문이라는 질책을 당했습니다.블랭크페인 CEO는 이어 정부와 의회가 금융사들의 위험헷지 상품인 파생상품 거래를 너무 강하게 규제하면 안된다고 반발했습니다.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는 정부가 대마불사는 허용하지 않돼 금융사 덩치를 획일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반대한다고 주장했습니다.금융사 CEO들은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구제금융 자금을 모두 상환한데다 우수한 인재들을 붙잡아두기 위해서는 실적에 따른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며 보너스 지급에 대한 비난 여론에 대해서도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안젤라이드 위기조사위원장은 2001년 9.11테러 조사위원회처럼 철저하게 금융위기 발생원인을 파헤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