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경영전략] LG‥미래 기반기술 키워 '테크놀로지 컴퍼니'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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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산업 중심‥사업 포트폴리오 재구축 목표
LCD용 유리기판·LED칩 2차전지 등 사상최대 15조원 투자
구본무 회장 '통 큰 베팅'‥미래준비 원년 깃발올려
LCD용 유리기판·LED칩 2차전지 등 사상최대 15조원 투자
구본무 회장 '통 큰 베팅'‥미래준비 원년 깃발올려
"변화를 빠르게 따라가는 것만으로는 현재의 위치를 유지하기도 어렵다. 5년,10년 뒤를 내다보면서 사업 판도를 주도적으로 바꿀 수 있는 기반 기술을 키워 나가야 한다. "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계열사 경영진과 지난 4일 가진 새해 인사모임에서 '테크놀로지 컴퍼니(기술 기업)'라는 새로운 화두를 들고 나왔다. 긴 안목에서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구축해야 한다는 게 골자였다.
LG그룹이 지난 12일 내놓은 투자계획은 이런 구 회장의 구상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미래 성장사업인 LCD(액정표시장치)용 유리기판,LED(발광다이오드) 칩,2차전지 등을 중심으로 사상 최대 규모인 15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지난해(11조7000억원)와 비교하면 투자 규모가 28% 늘어났다. 재계에서는 LG그룹의 투자계획을 "구본무 회장의 통 큰 베팅"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인사 기조는 '안정 속 성장'으로 잡았다. 남용 전자 부회장,김반석 화학 부회장,권영수 디스플레이 사장 등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을 그대로 유임시킨 것.지난해 연초 목표를 뛰어넘는 실적을 올린 CEO들을 굳이 바꿀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는 게 그룹 측 설명이다.
◆시설투자만 11조3000억원
LG그룹은 특히 시설투자에 지난해보다 30% 늘어난 11조3000억원을 집행,처음으로 10조원 이상을 투입하기로 했다. 연구개발(R&D) 예상 투자액도 3조원을 썼던 작년보다 23% 많은 3조7000억원에 달한다. 5~10년 후 산업지도를 바꿀 수 있는 미래 신사업을 중심으로 R&D 예산을 확대하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LG 관계자는 "올해를 미래 준비의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는 구본무 회장의 의지를 투자계획에 반영했다"며 "과감한 투자로 변화를 주도해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굳히는 게 올해의 목표"라고 밝혔다.
LG의 투자는 파주에 집중돼 있다. LG디스플레이는 대형 TV용 LCD 패널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파주 8세대 라인을 증설하는 등 올해 총 3조5000억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LG화학과 LG이노텍도 올해부터 파주에 조성한 첨단소재 단지에 LED 칩과 LCD용 유리기판 생산라인을 짓기 시작한다. 그룹 관계자는 "기존 디스플레이 단지와 첨단소재 단지에 전체 시설투자 예산의 절반에 가까운 5조원가량을 투입할 예정"이라며 "올해 말께 미래 생산 거점의 골격이 완성된다"고 설명했다.
주력 계열사인 LG전자는 태양전지 생산라인 증설과 해외 생산라인 확대 등을 준비하고 있다. 예상 투자 규모는 1조5000억원 선이다. 통합 LG텔레콤은 4세대 이동통신,초고속인터넷,인터넷전화,IPTV가 결합한 '컨버전스 사업'을 위한 네트워크 인프라 강화에 투자를 집중할 방침이다. 생명과학은 충북 오송생명과학단지 내에 전문의약품 생산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신사업에 R&D 예산 집중 투입
R&D 예산은 LG전자가 가장 많다. 통신 기능을 강화한 스마트 TV,신 · 재생에너지 분야 등에 2조1000억원을 쓸 예정이다. LG화학은 전기자동차용 2차전지,LG생명과학은 바이오 시밀러(복제약) 개발에 각각 R&D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매출 목표도 공격적으로 잡았다. 지난해 125조원보다 8% 늘어난 135조원의 매출을 올리기로 했다. 경영 전략은 프리미엄 제품과 신시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고급스러운 제품을 경쟁자들이 드문 새로운 시장에 판매,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LG전자의 매출 목표는 59조원이다. 휴대폰,LCD TV,에어컨 등 기존 주력사업에 B2B(기업 간 거래),태양전지 등의 신사업을 더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기로 했다. 디스플레이는 3차원 TV용 패널,전자종이 등의 신사업으로 덩치를 키울 계획이다.
LG화학은 올해 말부터 매출이 발생하는 자동차용 2차전지 사업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석유화학이라는 '캐시카우(현금 창출원)'와 2차전지라는 '스타(미래 사업)'를 모두 거느리게 됐다"며 "안정적으로 매출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