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정해둔 공공기관의 적정 실내온도는 18도다. 전열기와 전기방석 등 실내 난방기도 오후 6시 이후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해놨다. 각 부처의 운영지원과에서는 수시로 암행 단속반도 가동한다. 국 · 과장과 사무관 할 것 없이 이들한테 걸리는 날에는 가차없이 난방기를 뺏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주부터 한파가 들이닥친 이후 과천정부청사의 공무원들은 손가락에 입김을 불어가며 일하고 있다. 창이 북쪽으로 나 있는 사무실의 공무원들은 상황이 더하다. 하루종일 일해도 햇볕 한번 쬐기가 힘들다.

공무원들은 그래도 12월보다는 낫다고 입을 모은다. 예산 작업이 한창이었던 탓에 한 달 가까이 심야 근무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예산실 관계자는 "밤 12시가 넘으면 난방기를 켜놔도 오들오들 떨어야 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난방기구 사용은 자제시키면서 자리를 뜰 때 소등,PC 끄기 등은 여전히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퇴근 시간이 지나 사무실에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아도 불이 켜져 있는 곳이 수두룩하다. 단순히 국민들에게 '이정도 추위에도 난방기구를 사용하지 않고 떨면서 일하고 있다'는 이미지만 줄 뿐 다른 에너지 절약면에서는 어떤 모범도 보이지 않고 있다.

차라리 적정 실내온도를 올리고 다른 행동 규범을 강화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일본 정부는 매년 동계 에너지 대책을 내놓으며 △점심 시간 소등 △자리 뜰 때 PC 끄기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이용 △매월 특정 요일 공용차 사용 자제 등의 행동 규범을 정한다.

반드시 일본을 따라가라고 할 수는 없지만 공무원들에게 에너지 절약에 대한 모범을 보이라고 할 때는 나름대로 준비와 전략이 필요하다. 하지만 수십년 만의 폭설에 이어 기록적인 한파가 몰아닥치고 있는 와중에도 '일하는' 공무원들을 상대로 온도계의 경직된 숫자를 내밀어야 할지에 대해선 의문이 든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이 에너지 절약을 위해 백방의 아이디어를 내놓은 충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청사에 대한 규제가 지나치게 획일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물론 공무원들을 위한 이 같은 변명은 어디까지나 자율적인 규제장치가 작동하는 선에서나 가능한 것이다. 눈치만 보지 말고 뭔가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하겠기에 하는 말이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