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주 전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47·사진)이 우리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정철 우리자산운용 사장은 12일 여의도 메리어트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김학주 전 센터장을 주식운용2본부장 겸 리서치센터장으로 영입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김 전 센터장은 과묵하면서도 적극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전형적인 '외유내강(外柔內剛)'의 전략가"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동안 다양한 리서치 및 투자 전략 경험이 우리자산운용의 주식 운용 능력을 한단계 높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김 전 센터장은 2006년 3월부터 2009년 12월 말까지 삼성증권 리서치센터를 이끌어왔다. 센터장으로 근무하는 동안 자동차 산업 애널리스트로서 3년 연속 홍콩 경제지 `아시아 머니` 가 선정하는 `한국 최우수 애널리스트`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학주 전 센터장, 셀(sell) 사이드에서 바이(buy) 사이드로 이동

삼성증권은 지난 달 23일 조직개편에서 유재성 은행업종 담당 연구위원(상무)을 신임 리서치센터장으로 발령했다. 신임 유 센터장은 홍콩지점에서 근무하며 금융팀장과 리서치헤드를 맡아왔다.

당시 시장의 관심은 김 전 센터장으로 모아졌다. 그는 대표적인 '비관론자'이자 '신중론자'로 지난해 상승장에 대해서도 '거품'을 주장해 왔다.

따라서 시장에서는 '상승장에서는 비관론자가 퇴출된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결국 회사를 떠날 것이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 출신이 어딜 가겠느냐'는 말들이 흘러나왔다.

삼성증권측은 신임 유 센터장과 협의해 김 전 센터장의 보직을 정할 것이란 계획을 밝혔지만, 절차가 늦어지면서 시장에서는 추측만이 난무했다.

김 전센터장은 지난해말까지 근무하는 것으로 삼성증권을 정리했다. 동시에 우리자산운용은 그를 영입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후문이다. 김 전 센터장은 다음달부터 우리자산운용으로 출근할 예정이다.

◆우리운용, 조직 확대·패시브펀드 강화 계획과 맞아 떨어져

우리자산운용은 현재 강선식 이사가 이끄는 주식운용본부를 두고 있다. 하위 조직으로 주식운용 1~3팀을 두고 있다. 1본부 3개팀 체제다.

다시말해 김 전 센터장이 영입됐다는 주식운용2본부는 현재로서는 없는 조직이다. 또한 우리자산운용은 리서치센터도 두고 있지 않다. 우리자산운용은 김 전 센터장 영입으로 없는 조직과 조직원을 만들어 내는 셈이 됐다.

우리자산운용 관계자는 이에 대해 "주식운용 인력들이 현재 섹터별 리서치업무를 겸하고 있다"며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1본부는 운용에 주력하고 2본부는 섹터별 매니저들을 아우르는 부서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더불어 우리자산운용은 현재 100명 가량의 인원을 올해 10~15% 가량을 늘리는 등 조직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 경우 현재와 같은 1개의 주식운용본부로는 벅차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우리자산운용은 주식을 사서 운용하는 바이(buy) 사이드다. 주식매매 약정고를 올리기 위해 운용사에 매매를 권유하는 증권사 즉 셀(sell) 사이드보다는 시장을 신중하게 보는 눈과 균형감각이 중요하다. 더군다나 우리자산운용은 상장지수펀드(ETF)와 같은 소극적인 운용스타일인 패시브 펀드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때문에 김 전 센터장과 같은 신중론의 영입은 '패시브펀드를 주력으로 하는 운용사'에게는 도움이 된다는 것이 업계 안팎의 평가다.

셀 사이드인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들은 올해에 펀드매니저로 변신한 바이 사이드의 김 전 센터장 앞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해야하는 처지가 됐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