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IT부서에서 제안한 혁신 프로젝트들은 경영진 회의에서 차순위로 밀리기 일쑤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달라졌습니다. IT가 단독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전략을 실현하는 수단이라는 점이 전사적인 지지를 받아 사장 직속의 혁신 조직으로 탈바꿈했습니다. "
지난해 정부가 추진한 '대중소상생IT혁신사업'에 참여한 한 기업 담당자의 말이다. 정부는 지난해 경제위기 조기극복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동 사업을 추진하였다. 모기업과 협력업체 간 네트워크에 IT를 접목하여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생산 · 유통 과정상의 모든 정보를 실시간 공유함으로써 기업생태계를 단단하게 엮는 것이 목표였다. 이에 지난해에는 자동차 전자 조선 철강 기계 업종의 총 8개 모기업과 207개 협력기업이 참여했으며 120명의 IT혁신 멘토 일자리가 창출됐다.
글로벌 시장경쟁이 과거처럼 기업 대 기업 간 경쟁이 아니라 기업의 시스템과 시스템 간,기업 네트워크와 네트워크 간의 경쟁 양상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같은 시장경쟁의 패러다임 속에서 대 · 중소기업 상생협력의 중요성이 강조되어 왔다.
하지만 이번 사업이 지금까지와의 상생협력 정책들과 다른 점은 중소기업이 직접 상생협력의 주인으로 나서 혁신을 이끌어내는 전략을 마련하도록 한 점이다. IT혁신이란 단순히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도입하는 차원을 넘어서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창출하는 것이 핵심이므로,철저한 기업 분석부터 구체적인 경쟁력 제고방안까지 도출하는 전략수립 과정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협력사들의 전략수립 과정에 모기업이 함께 참여하여 결과를 IT로 구현할 뿐 아니라 협업 정책에 반영함으로써 대 · 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체계의 혁신을 꾀하였다.
이에 207개 참여기업들은 1주일간의 기본교육을 거쳐 1~2개월간 직접 자사의 혁신전략을 수립했다. 기업의 전략수립 지원을 담당한 IT혁신 멘토들도 이번 사업을 통해 중소기업 컨설팅 분야에서 새로운 역할을 발견했다는 점도 수확이었다.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및 이를 통한 상생협력 확대,중소기업 혁신전문가 양성 등 지난해 사업성과를 인정받아 올해에도 사업을 추진하게 되었다. 정부는 향후에도 IT를 통한 기업 간 협업, 전문인력의 노하우 활용에 관심을 가지고 계속적으로 성과를 확산시켜 나갈 예정이다.
세계 1위 기업은 절대 혼자만 잘해서는 이뤄지지 않는다. 협력사 경쟁력이 1위가 아니면 그 기업의 경쟁력은 담보할 수 없다. 그동안의 기업 간 협업시스템 구축이 단순한 '물리적 결합'이라면 상생 IT혁신은 인적자원을 연결고리로 한 '화학적 결합'에 해당된다. 지난해 글로벌 위기 속에서 선전한 우리 기업들이 상생 IT혁신을 통해 위기 이후 재편되는 경쟁시장에서 '퀀텀점프(Quantum Jump)' 하기를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