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평 "농업에도 경영마인드…비용절감 혁명적으로 추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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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장관 신년대담-장태평 농림수산]
대담=고광철 부국장
대담=고광철 부국장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점퍼 차림을 고집한다. 번듯한 양복차림으로 농민들을 만나는 것보다 편해서라고 한다. 그는 지난해 작업복을 입고 농협의 조직개편,농업 선진화 등 농업분야의 개혁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2008년 8월 장관으로 취임한 지 1년6개월.작업복 차림의 장관은 아직도 농업개혁의 끈을 놓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올해의 좌우명은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끈기있게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는 뜻의 '마부작침'(磨斧作針 ·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으로 정했다. 본지 고광철 부국장 겸 경제부장이 11일 오전 장 장관을 만나 올해 농업정책의 방향과 포부를 들어봤다.
▼농업분야 개혁과정에서 아쉬운 점은.
"농민들과 정부를 잇는 소통채널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됐다. 무엇보다 농민단체들이 생각을 바꿔야 한다. 국내 농민단체가 30곳인데 이 중 10곳은 이른바 '운동단체'다. 예컨대 쌀 관세화(쌀시장 조기개방) 문제만 보더라도 대다수 품목단체들은 관세화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일부 운동단체들은 관세화는 미국쌀을 도입하는 것이어서 안된다고 하고 공론화를 위한 장(場) 자체를 원천봉쇄하면서 반대하고 있다. "
▼쌀 관세화를 하면 폭락을 막을 수 있나.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따라 우리나라는 매년 외국에서 의무적으로 쌀을 수입해야 한다. 지난해 30만7000t 정도였던 의무수입물량은 2014년까지 매년 2만t씩 늘어난다. 관세화를 미룰 경우 2014년에 의무 수입해야 하는 물량은 국내 소비량의 12%인 40만9000t이다. 쌀이 남아돈다고 난리인데 외국에서 국내 소비량의 12%나 되는 쌀을 들여오는 건 국가적 재앙이다. "
▼농업 생산성이 떨어지는 데 대한 해법은.
"농업에도 경영마인드를 도입해 비용을 절감시켜 생산성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 똑같은 크기의 논에서 쌀을 생산하는데 어떤 농가는 80㎏당 15만~16만원을 받지만 친환경농업을 하면 30만원까지 받는다. 조금만 노력하면 우리 농업도 상향 평준화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올해 경영혁신과 비용절감을 집중 추진할 것이다. 과거 새마을운동처럼 혁명적인 변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낭비가 큰 사료와 농약,비료비를 줄이는 등 눈에 보이는 것부터 비용절감을 이뤄나갈 것이다. 이를 위해 민관합동으로 비용절감운동본부를 만들고 그 산하에 농민,공무원,농민단체 등 10만명을 조직화하는 농어업경영혁신단을 3월께 구성할 계획이다. "
▼농협법 개정이 2월 임시국회에서 결론이 날 예정이다. 그런데 정부와 농협중앙회의 입장차는 여전히 크다.
"농협에선 신용사업(금융) 부문을 먼저 지주회사로 분리하되 경제사업은 나중에 분리하자고 주장는데 이는 지주회사의 의미를 잘 몰라서 하는 얘기다. (정부 입장은) 지금도 21개 자회사로 쪼개져 있는 경제사업을 지주회사로 전환해 하나로 묶어 관리하자는 것이다. 현재 농협중앙회가 하고 있는 교육 · 지도,산지공동구매,공동출하,농기계은행 등은 지주회사가 아닌 연합회가 맡는다. 농협 측은 지주회사를 분리하면 중앙회에서 자회사에 갈 자리가 없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는데 오히려 연합회(현 중앙회)의 기능과 역할이 더 커질 것이다. "
▼농협 금융분야의 경쟁력도 뒤처진다는 지적이 많다.
"농협에선 협동조합이란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농협은 그동안 정부 정책자금 36조원을 위탁집행하는 일에 치중했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수익성도 민간은행에 턱없이 뒤처진다. 5년 전엔 농협이 국민은행보다 자산 규모가 컸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비교도 안된다. 농협이 지난해 5개 자회사 최고경영자(CEO)를 외부에서 공모방식으로 채용했는데 21개 자회사 가운데 이들 5개사 실적이 제일 좋았다고 한다. "
▼농식품 분야에서도 바이오 등 미래산업 발굴이 중요해지고 있다.
"독일에선 셰퍼드 등 개(犬) 관련 산업의 수출 규모가 2조원에 달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분재나 애완견 시장이 점차 커지는 추세다. 과거엔 뽕나무를 실크 뽑는 용도로만 썼지만 지금은 인공고막,인공뼈도 만들어 낸다. 광물에도 희귀광물이 있듯이 생물에도 희귀생물이 있는데 우리 농업도 이제 돈을 버는 생명산업에 주력해야 한다. "
▼해외 농지 및 자원 확보에서의 성과는.
"국내 자급량이 부족하고 해외에서 수입해 와야 한다는 점에서 식량과 에너지는 같다. 그런데 에너지 분야는 해외유전 개발도 하지만 정유사 인수합병(M&A)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농업분야도 똑같은 시도가 필요하다. 해외농지에서 농사를 지어 식량을 국내로 가져오는 것뿐 아니라 해외 농기업을 M&A해야 한다. 이를 위해 농수산물유통공사(aT)의 자본금을 대폭 확충하고 해외 투자를 늘릴 수 있도록 관련 법 규정도 개정하겠다. "
▼막걸리가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앞으로 지원대책은.
"프랑스의 포도주가 유명해진 것은 품질등급을 관리하면서 문화를 가미하려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막걸리도 이와 다를 게 없다. 막걸리의 맛을 강화해 고급화하고 용기도 개발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다. 고급화,다양화를 위해 주세법도 보완할 계획이다. "
정리=이태명/박신영 기자 chihiro@hankyung.com
◆張 장관 약력=△전남 무안 출생(61세) △경기고 · 서울대 사회학과 △서울대 행정대학원 △미국 오리건대학원 경제학과 △경제기획원 소비자정책과장 △농림부 농업정책국장 △재정경제부 정책홍보관리실장 △국가청렴위원회 사무처장 △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