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에 입술 터도 대출자 미소보면 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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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금융 업무로 제2인생 시작한 박철하 우리미소금융재단 상담역
"미소금융 지원으로 삶의 질이 높아질 상담자들의 모습을 상상할 때면 가슴이 벅찹니다. "
11일 서울 을지로3가 우리미소금융재단 지점.은행에서 정년퇴직한 뒤 미소금융 상담 업무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박철하 상담역(60 · 사진)은 대출 희망자들을 응대하느라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박 상담역은 "하루 평균 60~100명을 상담하고 있다"며 "말을 많이 하다 보니 입술이 부르트고 상담자들이 몰려 화장실도 점심시간과 퇴근시간 때만 갈 수 있지만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소금융은 저신용자(7~10등급)에게 무담보 · 무보증으로 대출해주는 제도로 금리는 연 4.5%다.
박 상담역은 1977년 입행한 뒤 우리은행에서 마포지점장,서소문지점장,남역삼동지점장,강남기업본부장을 등을 거쳤다. 2008년 6월 우리CS자산운용 상무직을 끝으로 현역에서 물러났지만 지난해 우리미소금융재단이 설립된다는 소식을 듣고 30여년간 금융회사에서 근무한 경험을 사회에 환원하고자 상담 업무를 맡았다. 우리미소금융을 비롯한 은행계 미소금융재단들은 은퇴한 인력을 활용해 상담 업무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들에게 100만~200만원 사이의 월급을 지급할 계획이다. 우리미소금융 관계자는 "은퇴자들의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고 인건비도 줄일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설명했다.
박 상담역은 "처음에는 은행원 시절 만난 고객과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생활 수준에 많은 차이가 있어 많이 놀랐다"며 "2주 정도 상담을 해보며 '이게 현실사회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창업 성공 가능성이 보이는 상담자를 만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며 "그들이 내가 해준 상담을 통해 대출을 받아 경제적으로 나아지고 가정도 화목해질 것을 머릿속에 그려보곤 한다"고 전했다.
박 상담역은 "반면 자격이 안돼 돌아가야 하는 상담자들을 볼 때면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며 "자격 조건이 까다로워 10명 중 8~9명은 기준에 미달한다"고 말했다. 그는 "상담 업무를 하다 보니 미소금융도 이용하지 못하고 제도권 금융사에서도 받아주지 않는 '대출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며 "미소금융이 이런 사람들까지 보듬어 줄 수 있도록 대출 종류가 다양해졌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글=이태훈/사진=허문찬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