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원이 주요 생필품 판매가격을 공개한 지 4주째에 접어들면서 전반적인 가격 인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유통업체마다 '최저가 점포'임을 내세우기 위해 경쟁 점포보다 무조건 가격을 낮추는 전략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업체는 경쟁 점포의 눈치를 보며 가격(단위가격)을 불과 1원 내려 '꼼수 인하'라는 빈축을 사고 있다.

10일 소비자원에 따르면 백화점,대형마트,기업형 슈퍼마켓(SSM),전통시장 등 11개 유통점포의 가공식품,생활용품 등 20개 품목 가격이 지난달 21일 첫 공개된 이후 최근 4차 조사(1월6~7일) 결과,적게는 20~30원에서 많게는 2000~3000원까지 인하된 것으로 조사됐다.

1차 조사 때 이마트 미아점이 최저가 품목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나자 홈플러스,롯데마트 등이 의식적으로 가격을 낮추고 이마트가 다시 낮추는 등 눈치작전이 치열했다. 농심 삼다수(2ℓ)의 경우 당초 이마트 미아점이 800원으로 최저가였지만 3차 조사 땐 홈플러스 영등포점이 750원으로 최저가가 됐고,최근엔 이마트 미아점이 다시 740원으로 내렸다.

특히 가격 비교시 단위 환산가격이 이용되는 점을 의식한 가격 조정이 많았다. 맥심 모카골드(180개입)의 경우 1차 조사 때 이마트 미아점이 1만9890원(개당 111원)으로 가장 싼 것으로 나타나자,다른 마트들은 개당 1원 낮은 110원이 되도록 가격을 낮췄다.

대형마트 중 가장 비쌌던 하나로클럽 양재점은 가격을 2450원이나 내려 개당 123원(2만2200원)에서 110원(1만9750원)으로 조정했다. 1차 공개 때 117원이던 홈플러스 영등포점도 2차에 111원으로 인하한 뒤,3차부터 다시 110원으로 내려 '최저가 점포'가 됐다.

점포별로 진행하는 할인행사에 따라 가격이 고무줄처럼 들쭉날쭉해 소비자들이 혼선을 빚고 있다. 세탁세제 '비트'는 롯데마트 월드점에서 100g당 198원(2차 조사)이었으나 할인행사가 종료된 최근엔 2.5배인 497원으로 뛴 반면,나중에 할인행사에 들어간 하나로클럽 양재점은 거꾸로 100g당 497원에서 209원으로 낮아졌다. 이마트 미아점은 최저가를 겨냥해 100g당 209원에서 195원으로 더 낮췄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백화점들도 '미끼상품'인 생필품 가격을 내리면서 '최저가 점포'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1차 조사 때 칠성사이다(1.5ℓ)가 1900원으로 최고가였지만 지난달 말 1400원으로 내려 오히려 홈플러스익스프레스 잠실점이나 GS수퍼 낙성대점(각 1550원) 등 SSM보다 싸졌다.

이기헌 소비자원 소비자정보팀장은 "유통업체 간 '가격전쟁'은 이미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며 "생필품 가격이 인터넷으로 공개되고 소비자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업체들에 압력이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유통업체 입장에선 가격 공개에 따른 소비자들의 반응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며 "공개 품목의 업체별 판매가격은 갈수록 차이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전반적인 생필품 가격 인하를 유도하려면 조사대상 점포와 품목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