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새해 들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에서 주식을 저인망식으로 거둬들이고 있다. 이 지역에 투자하는 아시아펀드를 포함한 글로벌이머징마켓(GEM)펀드로 자금이 꾸준히 유입돼 실탄 사정도 넉넉하다는 분석이다.

8일 블룸버그와 대우증권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 들어 지난 7일까지 한국 증시에서 나흘간 11억1400만달러어치를 순매수했다. 삼성전자 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LG전자 등 정보기술(IT)주를 주로 사들였으며 현대중공업 현대제철 우리금융 기아차 등도 순매수 상위에 올렸다.

외국인은 대만 증시에서도 올 들어 4일 연속 순매수하는 등 작년 12월18일부터 13거래일 연속 '사자'를 이어가고 있다. 올 대만증시에서 주식매수 규모는 13억1800만달러로 한국보다 2억달러가량 많다.

윤자경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한국과 대만은 전체 시가총액에서 IT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경기 회복기에 실적 개선 속도가 빠른 IT주에 글로벌펀드의 관심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외국인은 인도네시아에서 나흘째,인도에선 지난 6일까지 3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다. 김학균 SK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새해 들어 글로벌펀드의 투자자금이 경기 회복세가 빠를 것으로 기대되는 아시아 이머징 증시로 강하게 유입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한국 증시는 PER(주가수익비율)가 10.5배여서 주가 수준에서 여전히 매력적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며 "대만 인도네시아 등에 대해선 향후 성장성에 베팅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새해 첫주(12월31일~1월6일) 글로벌펀드에는 자금이 순유입돼 외국인의 수급 상황도 좋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전 세계 펀드 동향을 제공하는 이머징포트폴리오닷컴에 따르면 이번 한 주 동안 신흥시장에 투자하는 GEM펀드로 17억300만달러가 들어왔으며 아시아펀드도 1억6100만달러의 순유입으로 돌아섰다. 또 다른 한국 관련 펀드인 인터내셔널펀드와 퍼시픽펀드에도 각각 7억8100만달러,5000만달러가 유입됐다.

이로써 한국 관련 글로벌 4개 펀드는 9주 연속 자금이 증가해 지난해 3~6월(13주) 이후 최장 기간 순유입을 이어가고 있다. 한치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한국 관련 펀드의 경우 순유입 규모가 전주보다 3배가량 늘어났다"며 "올 들어 신흥시장은 물론 선진시장 펀드까지 고르게 자금이 들어오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