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을 빛낼 인물] (8·끝) 송성엽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투자자에 수익률로만 말할 것…1조펀드가 목표"
"올해는 1조원 이상의 대형펀드를 꼭 만들어낼 겁니다. 펀드 수익률을 보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
2006년 12월 PCA투신운용에 근무하던 한 펀드매니저가 KB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이 운용사는 수익률이 저조해 관계사인 국민은행에서도 KB운용의 펀드를 쉽사리 추천하지 못하던 상황이었다.
이 펀드매니저가 자리를 잡고 국내 주식형펀드의 총 책임을 맡으면서 KB운용의 펀드 수익률이 서서히 회복하기 시작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회사의 국내 주식형펀드의 평균수익률은 42%로 총 투자원금(설정액) 1조원 이상인 16개 운용사 가운데 3위로 올라섰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의 상승률보다 19%포인트가량 높은 수익이다. 이 중 6000억원가량으로 규모가 가장 큰 'KB코리아스타' 펀드의 3년 수익률은 같은 기간 시장 평균보다 33%포인트 웃도는 56%에 달한다.
주인공은 바로 송성엽 KB운용 주식운용본부장(상무 · 44 · 사진)이다. 송 상무는 이러한 성과가 나오기까지 절대로 전면에 나서지 않겠다는 각오로 펀드를 운용해 왔다고 한다.
"3년간 운용사의 체질을 개선하고 운용철학과 시스템을 정비하는 데만 집중했어요. 매니저들에겐 단기 주가의 움직임에 전혀 신경쓰지 말고 그 회사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만 분석해 투자하라고 했죠.물론 주가가 예상보다 빨리 오르면 주식을 정리하기도 했지만,연 100%도 안 되는 펀드의 매도회전율이 말해주듯 철저히 장기투자에 주력했습니다. "
매도회전율이란 펀드가 1년에 주식을 얼마나 사고 파는지를 나타내는 척도로 회전율이 100%이면 연간 매도금액이 펀드에서 보유하고 있는 주식가치와 같다는 뜻이다. 국내 주식형펀드의 평균 매도회전율은 200% 정도다.
올해부터는 운용 성과를 무기로 적극적인 '펀드 전도사'로 나설 방침이란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 직접 투자와 별반 다를 바 없이 '반토막' 펀드가 쏟아지며 땅에 떨어진 펀드에 대한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다.
"주가의 단기 움직임에 좌우되는 펀드들이 태반입니다. 기업의 단기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사업 모델을 평가해 투자하는 펀드가 많지 않기 때문이죠.우리는 단기 이익 전망이 출렁거려도 분석한 모델이 변하지 않으면 그대로 들고 갑니다. LS산전 현대모비스와 일부 보험주 등이 여기에 해당하고요. 장기투자도 중요하지만,어떤 펀드를 선택할 것인지가 그래서 더 중요합니다. "
송 상무는 새로운 펀드를 내놓기보다 기존 펀드의 성과를 꾸준히 내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펀드가 좋은 성과를 내고 많은 투자자들이 이 같은 혜택을 보는 게 의미가 있는 일"이라는 소신이다. 투자자들이 모이면 자연스레 '1조 펀드'가 나올 것이란 얘기다.
올해 증시 전망에 대해선 연말에 많이 오르면 연간 20% 정도의 상승 가능성은 있지만,작년처럼 급등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선행지수가 1분기에 고점을 형성하고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 2분기엔 조정을 보일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LED(발광다이오드)나 원전 관련주 등 단기 테마가 활발하겠지만,이미 주가가 많이 오른 상황이어서 크게 관심은 없다"며 장기투자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글=김재후/사진=김영우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