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전문가들 대부분이 예측했던 연초 화두 '출구전략'이 예상대로 새해 벽두부터 수면 위로 떠오르며 증시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동성 회수와 맞물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과 이에 따른 환율 변동성 증대가 투자자들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다만 증시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이 환율 불안과 수출주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 이를 가중시킬 수 있는 금융통화위원회까지 예정돼 있어 시장 대응이 어려울 수 있지만 이러한 이슈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오는 8일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출구전략(위기 이후를 대비한 비상조치 및 유동성 회수전략) 시행 여부와 그에 따른 주식시장 영향이 연초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전날 환율 교란 요인으로 작용한 외국계 증권사의 조기 금리인상 전망은 외국인의 순매수 강도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12월부터 한국 원화는 강세 기조를 보이고 있는 반면 일본 엔화는 금융당국이 양적 팽창을 재차 확인시켜 준 이후 약세를 띠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원화 강세 압력을 높이면서 국내 수출주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주식시장에 팽배해 지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이후 증시를 이끈 정보기술(IT)주와 자동차주들의 4분기 이익전망이 상향 조정된 근거가 원화강세 진정과 엔화 강세였던 점에 비춰볼 때 기준금리 인상과 원화 강세 압력 상승은 시장의 민감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정승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번 금융통화위원 회의에서도 지난달과 마찬가지로 한국은행이 매파적인 입장을 보인다면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이번은 아니더라도 1분기 내가 될 가능성은 열어둘 필요가 있다"면서 "다만 미국이 출구전략 시행에 있어 아직 뚜렷한 태도를 취하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이 나홀로 지속적으로 나서기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인상이 있더라도 그 폭이 크고 연속적으로 진행될 여지는 좁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달러화 지수가 지난달 1일 미국 ISM제조업지수와 3일 고용지표 호전 발표로 금리 조기인상 우려가 고개를 들면서 강세로 전환됐지만 이번에 발표된 ISM제조업지수가 더 긍정적이었는데도 달러는 약세를 보였다"면서 "이는 경기지표는 전보다 호전됐지만 금리 인상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란 우려가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 연방준비이사회 이사들이 금리인상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시사한 점이나 폴 크루그먼 등 경제 석학들이 통화 및 재정 정책이 축소될 경우 미국의 경기가 재차 후퇴할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 연구원은 "결국 최근 미국의 주요 경기지표 호조세는 지속되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는 확산될 수 있는 반면 금리 인상 시기에 대한 우려는 감소할 수 있다"면서 "이로 인해 외국인은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가 늘어나면서 국내증시에서 매수 확대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류용석 현대증권 연구원도 금리인상 여부와 환율 변동성이 증시 교란요인으로 등장했지만 당장 시장의 큰 그림을 훼손하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을 내놓았다.

류용석 연구원은 "환율 문제는 방향성보다는 속도의 문제"라며 "이번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시장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전날 원·달러 환율 급락은 1150원이라는 마지노선 붕괴에 따른 심리적 부담도 한 몫했다"면서 "하지만 삼성전자의 사전실적 발표와 미국 고용지표 개선에 대한 기대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