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책임을 맡고 있는 한경아카데미에는 다른 경영교육기관에서는 보기 어려운 프로그램이 두 가지 있다. '공예경영아카데미'와 '도예인 아카데미'다. 두 프로그램 모두 수요가 먼저였다. 공예문화진흥원과 한국도자재단이 관련 산업 종사자들에게 경영 및 비즈니스 마인드를 심어주고 싶다면서 먼저 연락을 해왔다.

전통적으로 이들 분야는 예술가 혹은 장인으로 불리길 좋아했다. 이런 이들이 경영을 배우겠다고 나선 건 사실은 혁명적인 변화에 속한다. 21세기는 그만큼 모든 분야에 충격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험한 시절인 모양이다.

도예인 아카데미를 하면서 만난 사람이 있다. 바로 남이섬의 강우현 사장이다. 지난해 8월 그가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으로 오면서 인연을 맺었다. 취임 직후인 9월 그를 남이섬에서 만났을 때 첫마디부터가 비장했다. "10주년이 됐는데 해놓은 게 없어요.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까지기념식을 않기로 했어요. "

그가 취임 100일을 넘기면서 일을 저질렀다. 골자는 이렇다.

"세계도자문화의 중심축을 경기도로 모은다. 도예인들이 만든 도자기를 구입해주는 뉴딜사업, 비엔날레 이외 기간에도 활용할 수 있는 테마파크 조성 사업, 비엔날레 내실화 사업 등 3개 사업을 벌인다. 경기도의 지원을 받아 영세요장부터 시작해 도예인들의 작품을 '모두' 사준다. 수백억원이 드는 일이지만 '먹고 살아야' 예술도 나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재단의 넓직한 사무공간도 작은 곳으로 옮기고 그곳에 시민들이 가족과 함께 놀러와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 이 모든 것이 세라토피아(세라믹+유토피아)라는 슬로건 아래 하나의 운동으로 승화된다. "

생각해보면 언제 도자기가 우리의 삶과 이리 멀어졌나 싶다. 실제 그림을 살 수는 없어도 생활 속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며 예술적인 감성을 기르는 것이 도예문화의 출발이고 특히 우리 문화에서 보면 도자기는 생활 그 자체였다.

그런 의미에서 행사 중심의 도자비엔날레에서 체험과 관광 중심의 세라토피아로 방향을 잡은 것은 '예술'에서 '생활'로의 변화다. 강 이사장이 즐겨 하는 "팔리면 상품이요,안 팔리면 작품이다"라는 말을 우리 예술가들이 자존심을 지키면서 한류 세계화에 앞장설 수 있는 화두로 쓰면 어떨까.

한국의 브랜드를 높이고 관광상품화에 큰 도움이 되는 한류도 이제 더 이상 사람 중심으로는 곤란하다. 얼굴을 넘어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배용준과 '사랑' 얘기를 넘어 고려청자,조선 백자,나전칠기 등이 녹아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도자기,공예품과 찰떡궁합을 이루는 한식 세계화도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과제는 많다. 한국도자재단의 일은 아직 경기도의 과제일 뿐이다. 경기도를 넘어서지 않으면 인천공항 김포공항에서 바로 이천도자촌으로 가는 관광버스도 만들기 어렵다.

강 이사장에게 거는 기대는 크다. 수십억원의 빚을 지고 있던 남이섬을 연 180만명 이상의 국내외 손님이 찾는 한국 대표 관광지로 수년 만에 키워낸 그여서다.

원전 수출같이 해외로 뻗어나가는 일과 세라토피아처럼 우리 문화의 근본을 깊게 파는 노력 모두가 코리아 브랜드를 크게 높이는 성공작으로 결실을 맺길 기대한다.

권영설 한경 아카데미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