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를 좇아 아이슬란드 금융권에 돈을 맡긴 영국과 네덜란드 예금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이 암초에 부딪쳤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5일 올라퓌르 라그나르 그림손 아이슬란드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아이슬란드 의회가 통과시킨 '아이스세이브' 법안 승인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아이슬란드 역사상 대통령의 두 번째 거부권 행사다. 그림손 대통령은 이날 "최종 결정자는 국민"이라며 "국민투표를 통해 법안 승인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이 같은 결정은 "민간은행 파산에 따른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시키는 건 부당하다"는 국민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이스세이브 법안은 2008년 10월 파산한 란즈방키의 인터넷은행인 아이스세이브의 국유화로 자금이 묶인 영국 및 네덜란드 예금자들의 예금 보장을 골자로 하고 있다. 예금액은 약 57억달러에 달한다. 아이스세이브는 금융위기 직전까지 연 7%의 고금리로 영국인 30만여명과 네덜란드인 10만여명의 예금을 끌어모았다.

하지만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아이슬란드의 경제 회생과 EU 가입의 꿈은 안갯속에 빠졌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영국과 네덜란드 정부는 "이 같은 행보는 국제 금융시스템에 편입되기를 거부하는 처사"라며 "EU 가입도 승인할 수 없다"며 즉각 반발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S&P는 이날 "아이슬란드의 국가신용등급을 1~2계단 낮출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피치는 아이슬란드의 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정크(투자부적격) 등급인 BB+로 하향 조정했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