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과정에서 이뤄지는 각종 법원 감정에 지나치게 많은 비용이 들어 일부 분야에서는 소송 제기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라는 지적이 변호사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현)는 지난달 소속 변호사 87명을 대상으로 '감정료 및 집행관 업무수행 적정성'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76명이 법원 감정료 수준을 '지나치게 높다'고 답변했다고 4일 밝혔다. 반면 '적정하다'는 응답은 7명에 그쳤다.

법원 감정은 전문지식이 부족한 재판관의 판단을 돕기 위해 전문가에게 전문지식이나 지식을 이용해 도출한 결론을 묻는 절차다. 비용은 소송진행 중 감정을 신청한 당사자가 우선 부담하고 판결에 따라 차후 부담 주체가 정해진다.

응답자들은 감정료 산정 절차와 근거에 대해 2명만이 "공정하고 적절하다"고 답했다. 84명은 "산정 절차가 불투명하거나 근거 자료가 부족하다"고 했다. 부적절한 감정료의 종류로는 58명(복수응답 포함)이 '토지 건물 동산 그 밖의 재산에 대한 시가 또는 임대료,토지 수용으로 인한 손실액에 대한 감정'을,57명이 '공사비,유익비(건물 · 토지 개량 비용),하자보수비,건축물 구조,공정 등'을 꼽았다. 다음은 '토지분할,경계복원,현황 측량,측량 감정'(19명),'신체감정,진료기록 감정'(13명),'필적,문서,인영(印影),문자,지문 등의 감정'(7명) 순으로 나타났다.

한 변호사는 "증권거래법이나 공정거래법상 손해액 산정을 위해 감정을 받는 경우 소송 제기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비용이 비싸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감정료 산정 때 감정 신청인의 의견을 듣는 절차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응답자 중 39명은 민사집행 절차에서 법원 집행관의 부당한 업무수행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예로는 업무해태(19명),고압적인 태도(18명),금품수수(12명) 등이 꼽혔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