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말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터진 이후 세계 부동산 시장은 최근 2년간 극심한 침체기를 겪어왔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올 부동산 경기도 부분적으로 꿈틀대겠지만 본격 회복을 기대하긴 힘들 것이란 관측이 대세다.

미국 부동산 시장은 지난해 하반기 반짝 회복세를 보였으나 이런 추세가 올해까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전미부동산연합회가 부동산중개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응답자의 60.1%가 2010년 주택 평균 가격이 0~5%가량 상승할 것으로 답했다.

여러 변수가 있지만 주택 가격이 지나치게 떨어진 데다 경기회복으로 주택 시장이 점차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전문가들은 주택 거래 규모(기존 주택 기준)도 570만채로 전년에 비해 15%가량 늘 것으로 예상했다.

미 주택시장의 대표적 지표로 20개 대도시 지역의 집값을 나타내는 S&P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는 지난해 9월까지 5개월 연속 상승했다가 10월에는 전달과 변동이 없었다. 오는 6월 말 최초 주택 구입자에 대한 세금 혜택이 끝나면 주택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흐림이다. 올해부터 5년간 상업용 모기지 만기 도래 규모는 1조6000억달러에 달한다.

유럽은 지난해 4월 이후 주택 가격 하락세가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2006년 호황기에 비해선 약 40% 떨어져 있는 상태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영국의 경우 최악의 국면은 지났지만 다른 유럽 국가들은 아직 바닥을 논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밝혔다. 상업용 부동산은 여전히 암울하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역내 상업용 부동산대출 상환 만기는 올해 1040억달러,2011년과 2012년엔 각각 1540억달러,1640억달러에 이른다.

일본의 부동산 시장은 깜깜하다. 특히 주택 부문은 위축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도쿄 등 수도권의 아파트 분양은 1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엔 감소폭이 50%를 넘어 1996년 10월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상가와 빌딩 등의 가격도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일본의 상업지 가격은 전년에 비해 5.9% 떨어졌다. 외국 자본이 철수한 게 가장 큰 요인이다. 이시자와 다카시 미즈호증권 부동산분석가는 "올해 전국의 상업지 땅값은 지난해에 비해 8%,주택지는 6%가량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은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풀린 투기성 자금이 부동산 시장에 밀려들면서 지난해 유례 없는 호황을 맞았다. 올해는 버블이 꺼질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진다. 정부가 부동산 투자에 주어지는 각종 혜택을 어느 수준까지 축소할 것인가가 변수다. 또 본격적인 시중 유동성 회수에 나선다면 부동산 시장의 조정이 길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이미아 기자/뉴욕=이익원/베이징=조주현/도쿄=차병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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